도내 굴지의 의료기관임을 자처하는 전북대학병원의 응급의료 체계의 허점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지난 23일 새벽 1시께 갑자기 혈압이 올라 호흡곤란과 정신을 잃게될 처지에 놓였던 안재성씨(가명, 41세)는 지금도 전북대학병원의 응급의료 조치를 생각하면 분통이 터진다.

안씨는 “갑자기 찾아온 호흡곤란은 죽을지도 모를 정도로 다급한 상황이었고 어떻게든 병원을 찾아가야 한다는 급한 마음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나 담당의사들은 안씨의 응급상황을 단순하게 파악하고 검사조차도 3시간이후에나 가능하다며 초기대응을 부적절하는 등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에 안씨는 전북대학병원측의 무성의함과 뚜렷한 증상을 알지 못하는 의료체계의 허술함에 급히 1339 응급번호를 통해 인근 종합병원으로 옮겼다.

당시 혈압이 200㎜Hg이상(정상 120)까지 치솟았고 심박수가 정상인보다 높게 나온 안씨는 다행히 인근 종합병원의 응급조치로 혈압이 160수치까지 떨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병원측도 더 늦기전에 찾아온게 다행이라며 집중적인 치료와 검사로 일시적으로 증세가 호전됐다.

문제는 전북대학병원측의 응급 의료 체계. 응급환자의 적절한 조치가 있어야 함에도 바쁘다는 핑계로 제발로 걸어온 환자는 응급환자로 인식하지 않게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는 점. 안씨는 병원에 도착해 30여분을 넘게 증상을 호소했지만 찾거나 관심을 둔 의료진이 없었다고 분개해 했다.

이밖에 한모씨(56세)도 최근 노모의 병세가 악화돼 전북대 병원을 찾았다.

한씨도 병원측에 무성의한 의료조치로 발을 동동구르기만 했다며 대형 병원에 대한 믿음이 깨졌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지난 2008년 정구영 이화여대 교수(응급의학) 등이 내놓은 ‘응급의료체계 성과지표에 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지난 2006년 8월부터 2007년 7월 사이 전국 20개 대형 응급실의 외상 사망 환자 551건에 대한 의무기록을 분석한 결과, 사망자 179명 가운데 살릴 수 있는 확률이 75%가 넘었던 환자는 21명이었고, 25~75%였던 환자는 158명이었다.

두 집단을 합한 ‘예방 가능한 사망률’은 32.6%인 셈. 즉 사망한 환자 10명 가운데 3명은 살수 있다는 수치다.

이처럼 응급상황이후 응급처치까지 걸리는 시간은 환자의 상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안씨는 “병세가 심각한데도 치료 능력이 있는 병원이 최초 상황을 알아 내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며 “혼수상태에서 치료에 뛰어들 것이 아니라 병원을 찾은 환자가 더욱 위급한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예방조치를 취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안씨는 “만약 환자를 늦게 조치해 생명을 잃으면 병원에서는 아무런 책임도 없는 것 아니냐”며 “전북대학병원 응급 진료는 환자 중심주의를 외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써 의료진 입장을 우선시하는 행정편의주의”라고 꼬집었다.

/신광영기자 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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