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가 품격있는 문화도시, 명품도시를 지향하면서 시내버스 유개승강장에 시와 그림을 게시했으나 일부가 철거됐다고 한다. 전주시가 유개승강장 관리를 민간업체에 위탁하면서 이들 업체가 광고를 게시하기 위해 기존에 게시돼 있던 시와 그림을 떼 낸 것이다.

명품도시를 만든다며 작가들에게 작품을 부탁해 게시해 놓고 없애 버린 셈이다. 작품을 기증한 작가들로서는 자존심이 상할 일이다. 작가들에게 작품은 분신과 같은 것이다. 시민을 위해 기증한 작품이 말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시는 이같은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시가 시와 그림을 게시한 유개승강장은 전체 538곳중 65곳이라고 한다. 지난 2008년 ‘고품격 예술도시 조성을 위한 아트폴리스 프로젝트’에 따른 것이다. 시는 지난해 12월 민간업체 2곳을 선정해 유개승강장 200곳에 대한 운영을 위탁했고, 이후 작품이 철거된 것이다. 당초 시는 이들 작품에 대해 업체측에서 임의로 처분할 수 없도록 계약을 체결했다고 한다. 그러나 업체측에서 수익성을 올리기 위해 일부 작품에 손을 댄 것이다.

문제는 시가 이들 작품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으며, 현재도 철거된 작품이 몇 개인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작가들로서는 선의로 참여했으나 자신의 작품이 사전에 상의도 없이 철거한 것에 대해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작가들의 허탈한 심정이 이해가 간다.

전주시는 작가들에게 정중히 사과하고 작품을 원상복구해야 한다. 작품을 교체할 수도 있고 철거할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사전에 사정을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는 게 마땅하다. 아쉬울 때는 손을 벌렸다가 손에 넣은 뒤에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는 반증이다. 전주시의 문화 정책이 겉치레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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