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중학생 두 명을 둔 학부모 김형태(50) 씨는 “학교폭력을 근절하려는 정부의 의도는 이해하지만 학교폭력 실태조사 분석 결과를 학교 홈페이지에 모두 공개하는 것은 역효과가 더 클 것 같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고위험 학교를 나쁜 학교로 낙인찍는 꼴로 학교폭력 빈도가 높은 학교에 자식을 보내려는 부모는 없을 것이라는 시각에서다.

학교폭력 실태가 이달 중 각 학교 홈페이지 등에 공개될 예정인 가운데 학부모는 물론 일선 학교의 우려가 크다.

이는 교육기술과학부에서 전북을 포함한 전국 1만 1천672개 초·중·고교의 학교 폭력 현황을 학교별 홈페이지에 공개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학교 폭력 조직인 ‘일진’이 어느 학교에 있는지 여부 등을 알 수 있는 정보를 이달 중 인터넷에 공개할 예정으로 공개 주요 내용은 학교 내 ‘일진’ 존재 여부, ‘학교폭력 실태’ 등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교육관계자들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전주의 한 고등학교 A교사는 “범죄행위와 다를 바 없는 학교폭력 실태를 공개해 예방과 근절에 힘써야 한다는 취지에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꼭 정보를 인터넷에 공개할 것이 아니라 해당 학교와 학생·학부모에 통보해 주의와 협조를 구하는 것도 생각해 볼 문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해당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 또한 마치 학생교육을 게을리 한 교사로 낙인찍힐 우려가 있다”며 “초·중·고 학교 모두 긴장상태다”고 밝혔다.

전교조 등 교육관련 단체 역시 “정부의 이번 방침은 결국 학교폭력의 근본적인 해결에서는 또한번 멀어진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경찰청이 지난달 학교폭력 관련 피해실태와 인식에 대한 여론조사를 발표한 결과 전북지역 학생은 실제 학교폭력 피해 경험율은 20.2%에 이르렀으나 학교폭력 심각성 인식율은 19.2%로 학교폭력에 대한 인식이 낮았다.

반면 학부모의 경우 실제 학교폭력 피해 경험율(21%)에 비해 학교폭력 심각성 인식율(30.5%)은 높았다.

/윤승갑기자 pepe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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