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당 위원장 선거에 중앙 정치가 개입을 한다구요?” “오히려 역풍을 맞을 걸요.” “상임위가 겹치지 않도록, 최대한 조율하고 있어요.”

정말 오래 간만에 듣는 멋진 얘기다. 도당 문제는 도당이 스스로 해결해 나가겠다는, 상임위 배치는 겹치지 않도록 하겠다는, 지극히 기본적이고 원론적인 말이다.

중앙 정치권이 도당 위원장 선거에 개입했다가는 그냥 두지 않겠다는 단호한 결기가 느껴진다. 결기는 국어사전에서, 못마땅한 것을 참지 못하고 왈칵 행동하는 성미를 뜻한다.

‘농담’으로 들리긴 했지만 초선의 모 당선자는 “정말 이런 식으로 하면 초선인 내가 위원장 선거에 나설 수도 있다”고 말한다. 도당 위원장 선거를 놓고 선배 정치인들이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인다면, 초선이 도전할 수도 있다는 우스개성 경고다. 

          초선 "도당 문제 스스로 해결"

물론, 초선이 건방지게…라는 말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초선 당선자들의 발언이 이렇게 신선하게 느껴진 적이 없었다.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상당한 내공을 가졌다고 평가돼 왔던 중진 선배들에 비해 초선들의 정치력이 별로 뒤쳐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중진에 대한 반감보다는 새로운 정치 문화를 형성해 나가려는 자연스런 분위기가 드러난다. 그래서 기존의 도내 중진들이 전북 정치력을 최대한 끌어 올렸는지, 새삼 돌아보게 된다. 중진들이 대권 주자를 따라, 당권 주자를 따라, 줄을 서고 계보에 속하려고 스스로 위상을 추락시켜온 게 아닌지 중진 스스로 자문해 볼 일이다.

전북은 11명의 지역구 국회의원을 갖고 있다. 300명이 모인 국회에서 11명이 똘똘 뭉친다 해도, 현재의 정치력으로는 어느 누구 하나 알아주지 않는다. 대선 주자건 당 대표건 전북 정치력을 무서워하지도, 그다지 관심을 두지도 않는다.

따라서 전북은 새로운 시도를 통해 정치력을 극대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초선들의 힘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도내 초선들은 다른 지역에 비해 전문성과 다양성을 갖고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합리적 판단 능력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구린내’가 나는 막후의 정치 술수는 과감하게 거부할 패기도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들은 타 지역의 중진 정치인을 무서워하지 않고, 할 말은 하는, 전북 목소리를 제대로 내는, 그러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19대 국회 초선 당선자들은 충분한 소양과 역량, 식견을 고루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도민들이 충분히 기대할 만하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17일 오전 9시 국회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소속 국회의원 초선 당선자들의 모임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김윤덕 김성주 김관영 전정희 박민수 당선자 등 5명은 당당하고 또 패기가 넘쳤다. 주눅 드는 모습도 없었고 국회의 오랜 권위에 짓눌리지도 않았다. 비행기 스케줄로 참석은 못했지만 이상직 당선자 역시 비슷한 스타일일 것이다.

국회 귀빈식당에 모인 이들 초선들은 민주통합당 전북도당 위원장 선출과 관련해 간단명료하게 결론을 내렸다. 민주통합당 비대위원인 김관영 당선자는 “논의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고, 실제로 논의는 긴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제대로 전북 목소리 낼것 기대

초선 당선자들이 17일 모임에서 보여준 참신성과 열정 그리고 깔끔한 결론 도출은 앞으로 이들이 전북 현안을 어떻게 처리할 지를 보여준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LH 유치 실패와 후속대책 지지부진으로 실망을 안겨줬던 18대 국회. 경남의 눈치를 봐야 하는, 이런저런 정치적 이유로 LH가 넘어가도 제대로 목소리를 못 냈던 도내 중진들.

선배 정치인들이 19대의 초선 그룹을 만만히 봤다가는 큰 코를 다칠 것 같다. 중진들이 더 열심히 노력하지 않는다면 초선 그룹으로부터 무시 당할 ‘변괴’가 일어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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