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남부시장과 접해 있는 싸전다리는 노인들의 천국이라고 한다. 전주는 물론 김제와 임실에서도 매일 이곳을 찾는 노인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이곳에서 만나 친구가 되고, 친구들끼리 모며 세상 돌아가는 얘기도 하고, 심심풀이 화투도 치고, 막걸리도 한잔 하면서 하루를 소일한다고 한다.

전주시가 싸전다리와 어은교 청결활동에 나섰다고 한다. 도시 미관을 해치는 적치물이 흩어져 있고, 쓰레기 투기와 노상방뇨 등으로 민원이 증가한 데 따른 것이라고 한다. 노인들이 많이 모이다 보니 불법 영업도 이뤄지고, 화투 등의 도박 행위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있는 것이다.

전주시는 청결 작업을 통해 의자와 소파, 싱크대, 폐자재 등 10톤 규모의 적치물을 수거하고 쓰레기 등을 처리했다고 한다. 노점상 등에게 자진 철거를 하도록 조치했으나 이뤄지지 않아 강제적으로 철거를 했다고 한다.

행정당국 입장에서야 주변 주민들의 민원이 있으니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이곳은 오래전부터 자생적으로 형성된 노인들의 공간이다. 특히 이곳은 노인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공간이라고 한다. 여름철에 시원한데다 담배를 피우는 등 약간의 일탈 행위도 가능한 일종의 해방구로 인식되고 있다.

싸전다리를 완전히 정비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곳은 오래전부터 갈 곳 없는 노인들의 휴식처로 자리를 잡았다. 단지 미관에 좋지 않고, 주변 환경이 불량하다고 해서 폐쇄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강제로 적치물을 수거하고, 불법 행위를 단속한다고 해서 노인들의 발걸음까지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행정당국은 현재의 분위기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보이지 않게 환경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위생 차원에서 청결을 유지하고, 휴게 시설을 정비하는 등 노인들의 입장을 중시한다면 큰 어려움은 없어 보인다. 행정적 잣대로만 재지 말고, 노인들 시각에서 바라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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