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경력 3년 차인 박수진(32)씨는 여름만 되면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다.

음식 찌꺼기(잔반·殘飯) 처리도 고민 이지만 대책 없이 나는 악취 때문이다.

사계절 가운데 음식물이 빨리 부패하는 여름이면 더욱 골머리를 앓는 것. 그녀에게 여름은 즐겁기보다 냄새와의 전쟁을 치러야 하는 계절이다.

물론 이런 고민은 적잖은 주부가 공감하는 일이다.

문제는 '잔반'이 부패하면서 나는 악취도 있지만 이를 처리하는 것도 주부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숙제라는 점이다.

현재 대부분 버려진 음식물은 사료 또는 퇴비로 만들어 활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지난 2011년 말 기준으로 잔반 공공처리시설은 전국에 103개가 있다.

이중 잔반을 사료 또는 퇴비로 만드는 곳은 모두 71개로 하루에 잔반 4635t 정도를 처리한다.

또 민간시설 157개 가운데 155개에서 잔반 6787.8t을 처리해 사료와 퇴비를 만드는 데 사용한다.

공공시설에서는 퇴비를 많이 만들고 민간시설에서는 주로 가축용 사료를 만든다.

그러나 이렇게 만들어진 사료와 퇴비는 정작 농민들에게 외면을 받는다.

'보여주기식'이거나 '새로운 쓰레기'로 전락하는 셈이다.

실제로 일부 축산농가는 잔반으로 만든 사료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한 지방에서 양돈업을 하는 김수삼(58·가명)씨는 "주변 축산농가 대부분이 주로 곡물 사료를 먹이지 잔반으로 만든 사료는 잘 먹이지 않는다"면서"발육부진 등의 이유로 제값을 받지 못해 축산농가에서 선호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도축장에서도 잔반으로 만든 사료를 먹인 돼지는 따로 관리한다는 것이다.

전관수 영남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음식물 잔반으로 만든 사료는 영양소 균형이 잘 맞지 않고 탄수화물과 단백질이 상대적으로 적어 돼지 등에 먹여도 체중이 잘 증가하지 않는다"며 "공짜 사료라고 해서 먹여도 체중이 늘지 않으면 이익이 나지 않기 때문에 일부 보조사료로 쓰일 뿐 선호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전 교수는 "퇴비도 요즘 농가에서는 친환경 농산물을 브랜드화 하는데 잔반으로 만든 비료보다는 고급비료 등을 선호 한다"고 덧붙였다.

박석순 국립환경과학원 원장(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은 "잔반을 활용하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퇴비로 만들거나 사료로 만드는 것"이라며 "그러나 퇴비는 소금기가 많아 토양에 나쁜 영향을 주고 사료도 염분이 많고 잘못하면 이물질이 섞여 들어가 동물에게 피해를 준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환경부 관계자와 잔반 처리업체는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 지방의 A 음식물 처리업체 관계자는 "사료에 염분이 많다거나 영양소가 적다는 이야기는 핑계에 불과하다"며 "배합사료에도 염분은 첨가 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음식물만 가지고는 전적으로 사료가 될 수는 없지만 곡물값도 오르고 사료비도 올라 농가에서 자구책으로 자체 사료를 만들 때 (잔반 사료를)섞어서 쓰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B업체 관계자는 "선입견이 있을지 모르지만 가축사료로 쓰기에 (잔반 사료는)특별한 문제가 없다"면서 "(가축에) 문제가 있었다면 사료로 만들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음식물 찌꺼기에 염분과 수분이 있어 처리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잔반 을 이용한 사료에는 (우려와 달리) 영양물질이 많다"고 설명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음식물 잔반은 사료로 만드는 것보다는 에너지로 바꾸는 방법이 더 실효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전관수 교수는 "먹고 남은 음식을 주성분이 메탄인 바이오 가스 에너지로 바꾸는 방법이 있다"며 "여기서 발생한 메탄을 직접 엔진 등에 넣어 전기를 생산하거나 최근에는 연료전지와 수소연료전지에 연결해 전기를 생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동차 엔진을 개조하면 천연가스(CNG) 대신 메탄을 사용해 자동차를 운행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건조 펠렛(Pellet) 형태로 만들어 연료로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이 경우 지금처럼 까다롭게 음식물을 분리해 배출하지 않아도 된다.

박석순 원장은 "음식물을 건조한 뒤 톱밥 등을 섞어 펠렛 형태로 만든 것을 발전소 등에 사용하거나 직접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며 "이런 방법으로 에너지화하면 과일 씨앗이나 뼈다귀 같은 잔반으로 배출해서는 안 되는 것들이 포함돼도 괜찮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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