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이 군 복무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해도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과 인과관계가 있다면 국가유공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이 내려졌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전수안 대법관)는 18일 엄모(59·여)씨가 "정신적 압박을 못이겨 아들이 군에서 사망한 만큼 국가유공자로 인정해야한다"며 대구지방보훈청장을 상대로 낸 국가유공자요건 비해당 결정 처분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대구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군인이나 경찰공무원이 자해행위인 자살로 사망했더라도 교육훈련이나 직무수행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면 직무수행 중 사망으로 인정해야 한다"며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사망이라는 이유만으로 국가유공자 대상에서 제외해서는 안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구 국가유공자법은 자해행위로 인한 사망을 국가유공자 제외 사유로 보고 있지만, 이는 사망과 직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없는 경우를 주의적·확인적으로 규정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박병대·김용덕의 대법관은 별개의견으로 "직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해서 무조건 국가유공자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며 "본인의 고의나 과실이 있을 경우 국가유공자가 아닌 '지원대상자'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또 안대희·양창수·민일영 대법관은 "자유로운 의지에 따라 자해 행위로 사망한 경우에는 국가유공자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반대의견을 냈다.

엄씨는 2001년 평소 선임병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던 아들이 선임병을 대신해 시험을 보다가 적발됐고, 이 일로 상급자와 소속 중대원들로부터 질책과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정신적 압박감으로 사망에 이르렀다며 국가유공자유족등록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를 제기, 1심에서 승소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자해행위로 인한 사망은 국가유공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 패소 판결을 했고 대법원은 이를 확정했다.

이후 엄씨는 2006년 4월 군 의문사 진상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해 아들의 사망 원인이 군생활 중 극심한 스트레스와 인격침해라는 것을 인정받고 다시 소송을 제기했지만 1·2심에서 패소했다.

1·2심 재판부는 "망인이 업무처리가 미숙하다는 이유로 일부 구타나 가혹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는 아니다"며 "대리시험에 적발돼 일주일간 반성문을 쓰게 했던 처분도 통상의 군인이라면 충분히 감수하거나 극복할 수 있을 정도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군 복무와 관련된 정신적 스트레스와 대리시험 적발로 인한 부담감이 망인에게 스트레스와 고통을 주었다고 하더라도 삶을 포기하게 만들 정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현실도피의 수단으로 자살을 선택한 것이라고 볼 여지가 크다"고 덧붙였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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