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아직도 그 때 치열했던 전투가 생생하지…날아 다니는 총알 탄에 잔뜩 겁이 났지만 나라를 잃을 걱정에 다른 선택권이 없었어.”

6.25 참전용사 이천수 옹(82·신흥중 21회 졸업생)은 전쟁이 발발하던 그 순간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함께 공부하던 내 동료들이 피를 흘리면서 쓰러졌고, 다른 동기들도 땀과 피가 뒤섞인 눈물을 흘리며 나라를 지켰다”며 “그 때의 나와 내 동기들의 이름이 새겨진 명패를 보니 가슴이 먹먹해진다”고 말했다.

19일 전주시 신흥 중·고교 교정에서 뜻 깊은 행사가 열렸다.

60여 년 전 학생 신분으로 전장에 참여했던 이 학교 학도병 동문들의 이름이 새겨진 명패를 모교에 전달한 것이다.

이날 행사는 6.25전쟁에 참전했던 신흥 중·고교 출신 군인들과 학도병들의 높았던 우국충정의 뜻을 기리기 위해 마련됐다.

전달식에는 참전용사 11명과 제2작전사령관 조정환 대장, 정한기 35사단장 등 군 관계자를 비롯해 김생기 정읍시장, 강완묵 임실군수, 재학생 등 1천여 명이 참석했다.

‘6.25참전용사 명패’는 가로 90cm, 세로 120cm 크기로, 신흥중학교와 신흥고등학교 출신 71명의 명예로운 이름이 새겨져 있다.

생존한 참전용사들은 명패에 새겨진 자신의 이름을 주름진 손 끝으로 매만지며 60여 년 전 생사를 넘나들며 적과 싸웠던 그 때를 회고했다.

이천수 옹은 신흥중학교(21회)를 졸업하고, 신흥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던 1950년 7월 13일 학도병으로 입대해 안강·기계전투, 낙동강 전선에 투입됐다고 술회했다.

그는 “이렇게 모교에 와서 성대하게 환영해주고, 이름까지 명패에 새겨줘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명패 전달에 이어 재학생 후배들도 참전용사 선배들에게 화환을 전달했다.

이날 행사장 주위에는 6.25전사자 유해발굴 사진과 유품 전시가 함께 열려 그 의미를 더했다.

제2작전사령관 조정환 대장은 “6.25전쟁 당시 국가가 누란의 위기에 처했을 때 나라를 지키기 위해 헌신하신 참전 선배님들의 충정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행사에 참석한 신흥고등학교 1학년 최모(17)군은 “선배님들이 지금 내 나이에 전쟁에 나가 목숨을 바쳐 싸웠다는 사실이 매우 존경스럽고 자랑스럽다”며 “선배님들의 훌륭한 전통을 이어받아 더욱더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나라에 보탬이 되는 사람으로 자라겠다”고 말했다.

한편, 명패 증정 행사에 이어 35사단장과 대대장, 여군 등 8명의 장교가 일일 명예교사가 돼 신흥중학교 3학년 280여 명의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더 큰 대한민국, 자랑스러운 나의 조국’을 주제로 나라사랑 마음 교육을 실시했다.

/황성은기자 eun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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