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빈곤’의 시대를 살아가는 실버세대의 일자리구하기가 청년 일자리구하기 만큼 어렵다.

국가차원의 정책으로 하루 3~4시간, 한 주 3~4일 일해 한 달 20만원을 받는 ‘아르바이트’ 형 일자리를 구해 일하고 있는 고령인들은 그나마 행복한 편이다.

28일 전주고용센터에서 만난 김을동(63·남·가명)씨는 “벌써 1년 넘게 노력해 봤지만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구직게시판을 들여다보려 이곳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일반 기업(정규직)에 취직하기에는 나이가 많고, 만 65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하는 정부 노인 일자리 지원 혜택을 받기엔 아직 젊은 축에 속해 일자리 구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5년 전 직장에서 퇴직한 뒤 지난해부터 아파트 경비원이나 주차장 관리사 등의 마땅한 일을 찾아봤지만 나 같이 늙은 사람을 구하는 일자리가 없다”며 30여분 동안 구직게시판을 들여다보다 체념 섞인 푸념을 토한 뒤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이처럼 비정규직 및 정규직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전주고용센터(관할센터 포함)를 방문하는 고령인들은 하루 평균 10여명 안팎이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반면, 이날 전주덕진공원에서 거리환경지킴이 활동에 나서고 있는 이순희(66·여·가명)씨는 ‘행복한 노년층’이다.

일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노인들이 주위에서도 많다는 것이다.

한 달 동안 일해 받는 돈은 20만원이지만 이씨는 “나는 행복한 거다.

매일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한 거지~”라며 동료들과 함께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이씨의 말처럼 일하면서 ‘행복한 노년’을 보내는 고령인들은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지역 29만1천919명(전북도 집계)의 65세 이상 노령 인구 중 직업을 가진 고령인들은 ‘100명 중 5명 내외일 것’으로 집계된다.

여기에 김씨와 같은 준노령 인구를 포함하면 60세 이상 노인인구는 훌쩍 넘어 노인들의 일자리 구하기는 그만큼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전북의 경우 국가 복지정책으로 인식되고 있는 예산이 투입되는 노인일자리는 올해 1만7천550명으로 지난해 1만4천여명보다 늘었다.

그러나 이러한 노인일자리의 경우 월 40시간 안팎의 근무로 매월 20만원이 지급되는 거리환경지킴이 및 강사파견 등의 사회공원형 일자리가 대부분이다.

공동작업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어가는 시니어클럽 등의 시장진입형 일자리가 있긴 하지만 민간분야 일자리 창출이나 자기계발을 통한 창업지원이 아닌 복지정책 일환으로 만들어진 일자리다.

이에 청년일자리 정책보다 후순위로 밀리고 단순 노무직 위주여서 ‘일자리의 질’ 문제도 크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전북도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국가차원의 정책이 적극 추진되면서 노인들의 구직욕구를 채우고 있다”며 “정규직과 같은 일자리를 구하는 고령인들도 있지만 ‘일하는 노년’이란 기쁨을 찾는 일자리창출도 고령인들에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승갑기자 pepe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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