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 첫 그림책 '암흑식당'

'투둑 투두둑 툭툭'투둑 투두둑 툭툭. 빗소리일까? 생선 굽는 소리일까?

칙폭 칙폭 칙칙 폭폭 치익. 기차 소리일까? 밥이 되는 소리일까?'

<'암흑식당‘ 본문 중에서> 눈을 감고 이 소리들을 떠올려 보시라. 무슨 소리일까?

박성우 시인이 자신의 첫 창작 그림책 ‘암흑식당’(샘터사.1만2천원)을 펴냈다.

제목 ‘암흑식당’은 프랑스 파리를 비롯한 전 세계에서 성업 중인 실재하는 식당으로 탁자도 음식도 포크도 보이지 않는 절대 암흑에서 식사를 한다고 한다.

불편하고 낯설 것 같은 암흑식당이지만 그는 이 식당이 결코 낯선 곳이 아님을 알려 준다.

우리들은 세상에 태어나기 전, 어머니의 자궁에서 무려 십 개월 남짓한 시간을 머문 적이 있음을 깨우치게 한다.

어머니 뱃속에 머무는 동안 부모의 사랑이 가득 담긴 목소리가 들렸고 부모의 든든하고 부드러운 손길이 전하는 따뜻한 기운이 우리를 더욱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들었을 것.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절대 암흑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는 것들을 부정할 수는 없다.

‘암흑식당’에서는 시각이 완벽히 차단되지만, 대신에 청각이나 후각, 촉각과 같은 나머지 다른 감각들이 날카롭고 생생하게 깨어난다.

암흑에 조금이라도 익숙해진다면 암흑이 무척 아늑하고 신나며 무엇이든 상상할 수 있는 공간이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이 이처럼 암흑을 이겨 내고 태어났기 때문에 우리는 어떤 고난도 잘 이겨 낼 수 있다고 따뜻한 위로를 전한다.

아직 암흑의 세계에 머무는 아기부터 빛의 세계로 나온 어린이와 어른까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그림책. 그림을 그린 고지영 화가는 아무것도 안 보이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것들의 움직임과 소리, 냄새를 쫓아 암흑이 선사하는 무한한 깊이와 심리적인 긴장감 등을 실감나게 표현했다.

연필을 닮은 물감을 사용해서 동양화처럼 겹겹이 중첩되는 뿌옇고 묵직한 느낌으로 바닥도 높이도 알 수 없는 암흑의 상태를 재해석했다.

전주우석대 교수인 박성우 시인은 시집으로 ‘거미’ ‘가뜬한 잠’ ‘자두나무 정류장’, 청소년시집으로 ‘난 빨강’, 동시집으로 ‘불량 꽃게’를 펴냈다.

신동엽 창작상, 윤동주 젊은 작가상 수상.

/이병재기자 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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