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과 ‘집중호우’ 그리고 이어진 ‘태풍’이 할퀴고 간 상처가 아물 날 없다.

말 그대로 기상이변의 연속이다. 8월 한 달 날씨에 죽고 날씨에 사는 날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날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8일까지 2주간 1994년 이후 가장 극심했던 폭염과 2주 전 집중호우, 태풍 ‘볼라벤’의 습격은 ‘절망의 상처’를 덧씌웠다. 절망 위에 희망을 덧입히기도 전에 우환이 계속이다.

지난 28일 최대풍속 30m/를 넘어서는 태풍 ‘볼라벤’이 할퀴고 간 자리엔 크고 작은 상처들이 깊숙이 뱄다. 30일 ‘볼라벤’에 이어 제14호 태풍 ‘덴빈’이 많은 비를 뿌려 ‘볼라벤’으로 피해를 당했던 산업체 및 농민 등의 민심은 망연자실이다.

실제 전주시 팔복동 산업단지에서 자동차부품을 제조하는 A기업은 태풍 ‘볼라벤’ 영향으로 495.8평방미터(m²)에 이르는 건물 지붕 및 건물 외벽에 피해를 입었다. 미국에 수출해야할 부품을 생산하기에 하루라도 생산라인을 멈출 수 없다.

이에 지난 29일 강풍 앞에 뜯겨나간 지붕을 복구하려 안간힘을 썼지만 장비와 인력을 구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굴렀다.

이모 대표는 “다행히 오늘(30일) 우선 부품생산을 위해 임시복구를 했다. 복구를 위한 타워크레인 등 중장비와 인력구하기도 어려워 하루가 지난 후에야 1차 임시복구를 마치고 수출물량을 맞추기 위해 일손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업체의 경우 이날 행정 및 각계 도움을 받아 비가 오는 와중에 가까스로 복구를 마칠 수 있었다. 그러나 완전복구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아울러 민·관·군의 도움으로 복구 작업에 여념이 없는 농민들은 제14호 태풍 ‘덴빈’이 뿌린 비에 또다시 울었다.

그나마 농작물 재해보험에 가입한 농가는 피해 정도에 따라 70~80%를 보상받을 수 있지만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농가는 억장이 무너진다.

전주 원동에서 3ha 규모의 배를 재배하는 최형철씨는 “엇 그제 강풍이 불면서 배 밭이 완전 망가졌다. 나무에 달린 배 중 10%라도 상품성 있는 배를 달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또다시 내리는 비만 바라봤다.

최씨는 “당장이라도 떨어진 배를 주워 보관해야 하지만 이렇게 다시 비가 많이 내려 어찌할 바 모르겠다”고 하소연이다.

게다가 ‘볼라벤’ 영향으로 떨어진 과수가 ‘덴빈’이 뿌린 비에 더욱 파묻혀 썩거나 그나마 상품성이 떨어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설상가상 30일 전북을 관통한 태풍 ‘덴빈’은 군산과 정읍, 부안 등에 200㎜ 안팎의 강한 비를 뿌리면서 지난 13일 산사태와 침수피해를 당한 군산지역 피해자들은 수해에 대한 공포감이 이만저만 아니다.

지난 집중호우로 산사태 피해를 입었던 임측정(군산 소룡동)씨는 “지난번 산사태로 비만 오면 몸이 떨리는데 피해복구가 완성되기도 전에 또다시 큰 비가 내려 밤엔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기와 수도 등이 완전복구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또 비가 내려 걱정이 두배다.

군산 문화동 및 영화동 피해상가 역시 이날 ‘덴빈’이 뿌린 비에 복구의 손을 놨다. 복구작업 과정인데 또다시 비가 내리면서 더욱 힘겨운 복구작업을 할 수 밖에 없게 됐다.  

이에 이곳 주민들은 “무너진 ‘민심’을 달래는 손길이 잇따르고 있지만 날씨가 받쳐주지 않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윤승갑기자 pepe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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