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매 매끈한 골짜기들을 거느리고 엎드려 있는/산맥들을 바라볼 때마다//하늘에는 이 지상으로 물을 흘려 내리던/호수들이 있었음을 알겠다//바람이 산맥들을 헤집고 지나갈 때마다//모천으로 헤엄쳐 가던, 수많은 연어나 송어 같은/물고기들이/거슬러 오르다가 뛰어 오르다가/떨어뜨린/비늘들이 파닥거린다//저 깊고 짙푸른 하늘에는/옛날 옛적 강을 거슬러 올라간 물고기들이/신화도 말라버린 달력 속에 갇혀/오도 가도 못하고, 눈물마저 바닥난 눈동자들을/소금처럼 반짝거리며 살고 있다//아직도 모든 산맥에서는 강물냄새가 난다//<‘물고리 자리’ 전문>

“평화동 학산 방향에서 바라본 모악산 능선이 마치 흐르는 강물같아 보였습니다.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은 강물에서 뛰어 노는 물고기들의 비늘처럼 빛에 반짝거렸습니다”

전북작가회의(회장 안도현)가 수여하는 '제1회 작가의 눈 작품상' 수상자로 선정된 문정(51․우석고 교사)시인은 수상작 ‘물고기 자리’ 모티브에 대한 이야기를 자상한 국어선생님답게 상대방이 알기 쉽게 풀어 놓는다.

‘물고기 자리’는 심사위원들들부터 “우주적․신화적 심상을 잘 함축하고 있는 작품으로 뛰어난 지오그래픽을 보는 것 같은 화려하고 역동적인 이미지들과 신화 속 잔잔한 스토리텔링이 공교로이 교차되어 있다”는 평을 받은 작품. 조금은 어렵다는 독자들도 있지만 ‘시의 맛이 여러모로 풍부한’ 작품인 만큼 시 감상은 온전히 읽는 사람들의 몫이다.

지난 2008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서 ‘하모니카 부는 오빠’가 당선, 문단에 정식으로 신고했지만 습작 기간을 고려한다면 그의 시력은 20년을 훌쩍 넘는다.

대학졸업 후 교사로 재직하면서 많은 습작을 통해 탄탄한 시 세계를 구축하던 그는 여러 일간지 신춘문예에 응모, 다섯차례나 최종심에 올랐지만 매번 탈락. 하지만 ‘탈락’이라는 실망보다 ‘최종심’이라는 희망을 가졌고 결국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이번 '제1회 작가의 눈 작품상'은 등단 이후 처음 받는 문학상. 그는 ‘바다 한가운데 난파한 배처럼 구명정도 밧줄도 손잡이도 없다고 좌절하고 지내온 저녁’에 들은 수상 소식이 너무 기뻤다고 한다.

지금 그는 내년쯤 첫 시집을 내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

진안군 백운면 하원산이 고향으로 전북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이병재기자 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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