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권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
국민의 지도자를 뽑는 대선이 다가오면서 각 후보들마다 경쟁적으로 정책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그 모든 공약들이 계획대로 이루어진다면 정말 국민들의 삶은 걱정 하나 없이 환상의 세상 속에서 살아 갈 수 있게 될 것 같다.

그렇잖아도 지금 서민들의 삶이 팍팍하여 힘들어하고 있는 참에 다음 지도자가 될 후보들의 공약들은 모든 민생문제를 단숨에 해결해 줄 마법처럼 들린다. 하지만 역대 대통령들도 그랬듯이 핑크 빛 공약들이 지도자의 의지만으로 이루어질 일은 아닐 것이다.

국가정책이 구현되기 위해서는 국가 재원이나 국제 여건이나 정치역학 구도와 같은 주변 환경이 조성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도자들의 정책 공약이란 정치적 협력과 국민의 공감을 도출해 내야하는 프로세스를 전제로 한다.

이 프로세스를 간과하고 추진되었던 국책사업들이 얼마다 많은 정쟁과 갈등과 소진을 초래했던가를 우리는 많이 지켜보아 왔다.

이제 나라의 지도자를 뽑는 유권자인 국민들은 후보들의 물량적 공약들에 너무 연연하기보다 그들이 진정 국민들에게 안정감과 행복감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정신적 정서적 역량을 갖고 있는지도 눈여겨보아야 한다.

‘다이내믹 코리아’ vs ‘스트레스 코리아’ 현실  지금 한국은 ‘다이내믹 코리아’이면서 동시에 ‘스트레스 코리아’의 양면성을 갖고 있다.

시중의 경기가 침체 국면에 빠져 있어 전반적으로 민생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상대적으로 한국은 모든 부문에서 세계 10위권 내외의 국가적 위상을 누리고 있다.

세계가 놀랄 정도로 한국의 물질적 성장은 역동적이었지만 그에 비해 국민들의 행복감은 오히려 하위권에 맴돌고 있다.

이것은 단기간에 이룩한 압축 성장에 걸맞게 국민들의 정신력이 경제적 부를 따라주지 못한 결과일 것이다. 오직 외형 물질 중심의 가치관으로 사회문화체계가 굳어지다보니 정신적 안정감이 경제적 조건에 휘둘리는 현상이 되어 버렸다.

그렇다보니 지금과 같은 경제 불황 속에서 국민들이 느끼는 핍박감은 절절하다. 이럴 때일수록 국민들이 내적으로 긍정의 힘을 모아야 할 터인데 외적인 환경에 대한 부정의 인식만 쌓여가고 있다.

한마디로 국민적 스트레스가 누적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우리가 오로지 경쟁과 쟁취와 출세를 향한 물량주의 사회문화 구도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는 정서적 안정과 정신적 행복을 향유하는 삶의 방식을 터득하지 못한 탓이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에 비하면 엄청나게 물질적으로 향유하면서도 행복감을 깨닫지 못하고 자살률 세계 최고라는 오명을 낳고 있는 것이다.

내적 통제의 정신가치 지향 사회 절실      지금과 같은 외향적 삶의 추구가 내향적 가치관으로 바뀌지 않는 한 어떤 물질적 성취가 있더라도 행복감을 느끼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세계 행복지수 1위의 부탄은 가장 가난한 나라이면서 가장 정신적으로 풍요한 나라라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에 반해 세계 상위권 경제력의 한국은 행복지수 68위에 머물러 있다.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보편적 원칙 중에 ‘통제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사람이 외부의 조건에 의하여 좌우되면 환경에 따라 불행을 느끼게 되지만 자신의 내적 동기에 의해 지배되는 삶은 환경에 상관없이 행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내적 통제냐 외적 통제냐의 소재에 따라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는 현대 심리학의 이론을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다.

지금 우리나라 국민이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은 바로 외적 통제를 받는 사회 속에 있어왔다는 반증이다. 그렇다면 국가의 미래를 위해 사회문화체계를 혁신해 나가는 것도 바로 국가 지도자의 사명일 것이다.

부자이면서도 불행함을 느끼는 것보다는 가난해도 행복감을 느끼는 게 더 가치 있다. 행복의 웰빙이 인간의 궁극적 목표이기 때문이다.

이제 다음 시대를 이끌어갈 대통령 후보들은 물량주의 공약도 중요하지만 진정 국민이 정신적으로 행복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전략도 제시해 주기를 바란다.

국민총생산보다도 국민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는 그런 비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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