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의 용역 남발은 고질병이다. 실질적인 필요에 의한 용역보다 행정기관의 면피용 성격도 강하다. 민원 발생의 소지가 있거나 여론이 부정적인 사업 등을 외부 용역으로 처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요인들이 용역 남발을 부르고, 결국 이는 예산 낭비로 귀결된다. 전북도가 용역비를 산정하고도 실행하지 못해 사장된 것이 민선 5기 동안 10억여원에 달한다고 한다.

사업에 필요하다고 용역을 계획했다가 시작도 못하고 떠내려 보낸 것이다. 신중한 검토도 없이 용역부터 계획했다가 사업 자체가 흐지부지된 것이 대부분이다. 전북도의회의 전북도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에서 권익현의원이 지적한 내용이다.

권의원은 “전북도가 민선 5기 들어 지난 3년 동안 86억원에 이르는 용역 예산을 편성했으나 이 가운데 10억6천만원은 시작도 못하고 사장돼 버렸다”며 "최근 3년 동안 용역을 발주해 놓고 정책 방향이 변경돼 용역 과제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것도 9건에 이르고 있다"며 정책 입안 단계부터 문제가 많다고 꼬집었다.

행정 환경변화를 예측하지 못하고, 용역 발주에만 급급한 나머지 예산과 행정력을 낭비했다는 질책이다. 그렇잖아도 지자체의 용역이 방만하다는 지적이 그치지 않는 상황이다. 전북도는 지난 민선 4기에도 198건의 용역을 발주했다.

용역비만도 260억원에 달했다. 당시에도 도의회는 용역을 남발한 기관과 공무원에게 불이익을 준다고 엄포를 놨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지자체와 공무원들의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

용역을 남발하는 것은 책임감과도 무관치 않다. 책임을 면하기 위해 용역을 빌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불필요한 용역이나 유사․중복 용역도 적지 않다고 한다.

행정의 논리를 합리화하기 위한 용역도 있다. 용역에 대한 사전 심의와 함께 사후 활용 평가가 있어야 그나마 용역 남발을 견제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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