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까지 관객 193만명을 모으며 주목받고 있는 휴 잭맨(44) 앤 해서웨이(30) 러셀 크로(48)의 할리우드 뮤지컬 영화 ‘레 미제라블’(감독 톰 후퍼)이 단어 하나 때문에 도마 위에 올랐다.

‘장발장’(잭맨)을 집요하게 추적하는 ‘자베르 경감’(크로)이 ‘어린 코제트’(이자벨 알렌)를 구하러 온 장발장을 간발의 차이로 놓친 뒤 홀로 건물 옥상에서 밤 하늘의 별들을 우러러 보며 장발장을 반드시 잡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장면에서 부르는 노래 ‘스타스(Stars)’다.

자베르 역을 맡은 크로는 중후한 목소리로 이렇게 노래한다.

“There, out in the darkness / A fugitive running/ Fallen from grace/ Fallen from grace /God be my witness/ I never shall yield/ Till we come face to face/ Till we come face to face/ He knows his way in the dark/ Mine is the way of the Lord/ Those who follow the path of the righteous/ Shall have their reward/ And if they fall as Lucifer fell/ The flame The sword!/ Stars/ In your multitudes/ Scarce to be counted/ Filling the darkness/ With order and light/ You are the sentinels/ Silent and sure/ Keeping watch in the night/ Keeping watch in the night/ You know your place in the sky/ You hold your course and your aim/ And each in your season returns and returns/ And is always the same/ And if you fall as Lucifer fell/ You fall in flame!/ And so it must be, for so it is written/ On the doorway to paradise/ That those who falter/ and those who fall / Must pay the price!/ Lord let me find him/ That I may see him/ Safe behind bars/ I will never rest till then/ This I swear/ This I swear by the stars!”

한글 자막에는 “저 캄캄한 어둠 속으로/ 도망자는 사라졌네/ 하나님을 거부하고/ 타락한 죄인이여/ 주여, 제 증인이 되소서/ 절대 포기 안 하리/ 놈과 다시 만날 때까지!/ 놈과 다시 만날 때까지!/ 그는 어둠의 길을 가고/ 난 주님의 길을 가네/ 선한 길을 따르는 자에게는/ 주님의 상이 있으리/ 사탄처럼 타락한 자들에겐/ 불꽃과 칼의 심판 뿐!/ 밤 하늘의 저 무수한 별들은/ 제각기 흩어져/ 저 광활한 어둠 속을/ 빛으로 밝히고 있네/ 너희들은 파수꾼/ 조용하지만 흔들림 없이/ 밤새 세상을 지켜주네/ 밤새 세상을 지켜주네/ 너희는 자신의 자리를 알고 가야 할 길을 알지/ 계절을 따라 돌고 또 돌아/ 늘 제자리를 지키네/ 광명성처럼 하늘에서 떨어질 땐/ 불꽃이 되어 떨어지네/ 그것이 자연의 섭리, 그것이 주의 뜻/ 낙원으로 가는/ 길목에서 타락하여 떨어지는 자들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리/ 주여, 놈을 찾게 해주소서/ 가두게 해주소서 단단한 쇠창살 속에!/ 그때까진 나 결코 멈추지 않으리!/ 나 맹세하노라/ 저 하늘의 별들에게 맹세하노라!”



배틀십’ ‘본 레거시’ 등을 우리말로 옮긴 유명 번역가 김모씨가 번역한 것이다. 정성화(37) 문종원(33) 조정은(33) 주연 한국어 라이선스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한국어 가사와는 다르다.

문제가 된 영어 단어는 ‘루시퍼(Lucifer)’다. 앞부분 ‘And if they fall as Lucifer fell/ The flame The sword!’이라는 대목, 뒷부분 ‘And if you fall as Lucifer fell/ You fall in flame!’ 대목 등에서 두 번 나온다. ‘사탄처럼 타락한 자들에겐/ 불꽃과 칼의 심판 뿐!’과 ‘광명성처럼 하늘에서 떨어질 땐/ 불꽃이 되어 떨어지네’로 번역됐다.

‘루시퍼’는 ‘사탄’이다. 앞뒤 맥락으로 볼 때 앞 대목의 번역은 옳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뒷 대목이다. 그보다 앞에 ‘You hold your course and your aim/ And each in your season returns and returns/ And is always the same’(너희는 자신의 자리를 알고/ 가야 할 길을 알지/ 계절을 따라/ 돌고 또 돌아/ 늘 제자리를 지키네)라는 대목이 있는 것을 볼 때, ‘룰을 지키는 절대 다수 별’을 칭송하면서 ‘룰에서 벗어나는 극소수 별은 루시퍼처럼 불타며 추락해 버린다’며 ‘천벌을 받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주목할 것은 ‘루시퍼’의 해석이다. 앞에서는 루시퍼를 영문 그대로 ‘사탄’으로 해석했지만, 뒤에서는 ‘광명성’으로 해석했다.



광명성(光明星)은 ‘북한어’다. ‘환하게 빛나는 별’ ‘높이 우러를 만한 존재’를 뜻한다. 북에서는 광명성을 백두광명성(白頭光明星)이라고 해 ‘김정일이 백두산 밀영에서 출생할 때 백두광명성이 떠올랐다’고 주장하며 김정일을 상징하는 단어로 쓰고 있다. 북이 인공위성이라고 강변하면서 최근 발사에 성공한 장거리 로켓의 이름을 광명성이라고 지은 것도 김정일 우상화의 하나다.

그런데 ‘레미제라블’은 우리나라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단어를 쓴 것은 물론, 해석 여하에 따라 광명성이 상징하는 김정일이 바로 루시퍼, 즉 사탄이 되게 만들었다. 별에 빗대려 했다면 서양에서 루시퍼의 별로 여겨지는 ‘금성’이나 떨어지는 별인 ‘유성’, 긴 꼬리 별인 ‘혜성’이라고 한 것이 더 알맞은 표현이 된다. 게다가 지난 12일에는 북의 광명성 3호 2호기가 발사된 만큼 광명성 3호의 추락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의문도 가능하다. 자막은 영화 등급 심사 때 함께 제출하므로 광명성 3호가 발사되기 전에 심의를 마쳤다.

수입 배급사 UPI측은 “하늘에서 환하게 빛나는 별을 의미하는 단어를 쓰다 보니 무심코 번역에 사용한 것으로 안다”며 “다른 의도는 없다”고 일축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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