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마무리하는 방송사 시상식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타이밍은 뭐니 뭐니 해도 대상이 발표되는 순간과 그들의 수상 소감이다. 그런데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대상 시상자 만큼이나 주목을 받은 사람이 있다. 바로 국민MC 유재석(40)이다.

유재석은 지난 주까지 MBC에서 두 개의 장수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었다. '무한도전'과 '놀러와'다. 그러나 8년을 진행한 '놀러와'가 24일 변변한 인사도 없이 막을 내리면서 많은 시청자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지난 8년간 '놀러와'를 시청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라는 멘트로 종방한 '놀러와'에서 유재석 김원희(40) 두 MC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29일 방송된 방송연예대상은 이러한 이들의 한을 풀어주는 자리가 됐다.

유재석은 MBC PD들이 뽑은 연예인을 시상하는 'PD상'을 수상하며 '놀러와'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특히 8년 동안 함께 애쓴 동갑내기 친구 김원희에 대한 고마움을 숨기지 않았다.

유재석은 "프로그램이 아쉽게도 인사를 못 드리고 끝이 나게 돼서 (시상식에) 나온 김에 '놀러와'를 함께 만들었던 제작진을 대표해 시청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그는 "'놀러와'의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함께 한 김원희씨가 이 자리에는 함께하지 못했다"며 "지금 방송을 보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주변 분들이 SNS로 전해주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원희씨 수고했고 감사하다"고 전했다.

시상식에는 프로그램에 패널로 참여했던 김나영(31)도 함께 자리했다. 김나영도 작별 인사를 전하는 유재석을 보며 눈물을 펑펑 흘렸다.

유재석은 "나영씨가 감수성이 풍부하셔서 (울고 있다). 고생 많이 했고 가족같이 지냈다. 이하늘, 조세호, 우승민, 박명수, 노홍철, 김응수, 권오중 등에게도 고맙다"고 말했다.

MBC 총파업으로 6개월 동안이나 결방했던 '무한도전' 시청자들에게도 한 마디를 잊지 않았다. '무한도전'은 파업 시작부터 끝까지 유일하게 결방을 이어온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충성심이 강한 시청자들은 방송 재개를 묵묵히 기다리며 제작진과 출연자들의 결정을 지지해 왔다.

유재석은 "6개월 동안 '무한도전' 방송을 못 했지만 그럼에도 아껴주셔서 고맙다. 2013년 형제들과 같이 빵빵 웃겨드리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6개월 간의 총파업, 그 이후에도 계속된 사측과 노조의 반목, 그 속에서 필연적으로 생겨난 제작 환경의 어려움과 프로그램 구조조정까지 지난 한 해는 MBC 예능 프로그램에게 있어 최악의 한 해였다. 그리고 직격탄을 맞은 사람이 바로 장기 결방한 '무한도전'과 폐지된 '놀러와'를 진행한 유재석이다.

경쟁 프로그램에 밀려 서서히 시청률이 떨어지고 있던 '놀러와'였지만 뒤숭숭한 방송사 분위기와 갑작스러운 제작진 교체, 새 코너가 자리잡도록 기다려 주지 못한 조급증이 폐지에 한 몫 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정작 그는 미소를 지으며 담담히 수상소감을 말했지만 프로그램을 사랑한 시청자들과 제작진, 관계자들이 유재석의 멘트에 눈물을 글썽인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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