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둘째주 각급 음원사이트 차트에서 작은 이변이 생겼다.

정형돈(35)의 '강북 멋쟁이'가 1위를 차지한 것을 비롯해 5일 MBC TV '무한도전'의 코너 '박명수의 어떤가요'에서 소개된 MC 겸 가수 박명수(43)의 자작곡들이 차트를 싹쓸이했다.

1월 첫째주에 공개돼 차트 1, 2위를 휩쓸던 한류그룹 '소녀시대'의 '아이 갓 어 보이'와 백지영(37)의 '싫다'는 '강북 멋쟁이'에 밀려 2, 3위로 주저 앉았다.

앞서 이 같은 현상은 이미 몇차례 반복됐다. 지난해 1월 '나름 가수다', 2011년 7월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 등 '무한도전'의 코너에서 소개된 곡들은 당시 활동하던 가수들의 곡들을 압도하며 '음원 최강자'로 부상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5월 월간 '콘텐츠 시장동향'을 통해 발표한 '콘텐츠산업에 대한 이슈 및 전망과 시장 통계'에 따르면, '디지털 종합순위 기획사별 점유율'에서 '무한도전'의 음원을 유통한 imbc가 10.9%로 2위에 올랐다. 그룹 '빅뱅' '2NE1' 등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가 13.2%로 1위를 차지했다.

'무한도전'을 비롯해 '개가수'(개그맨+가수)'들의 선전으로 기존 가수들이 위축되는 모양새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자 가요계 일각에서는 '무한도전'이 음원시장을 어지럽히고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수익금 전액을 기부하는 좋은 의도는 차치하고, 가수들의 허탈감이 이만저만 아니라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음반사 관계자는 "많게는 몇년 간 앨범을 준비한 가수들도 있는데 이벤트성으로 발표한 음원이 단숨에 인기를 얻는 것을 보고 있으면 힘이 빠진다"며 이들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대했다.

중형 음반사 측은 "몇개 대형 기획사는 그래도 팬덤이라도 있어 괜찮다. 음원사이트의 정액제가 일반화돼 나눠먹기식이 빈번한데, 개가수 음원이 인기를 끌면 그 피해는 우리에게 돌아온다"고 토로했다.

이런 분위기에 눌려 KBS 2TV '개그콘서트'의 동명 코너 이름을 따온 그룹 '용감한 녀석들'은 가수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지난해 말 첫 정규앨범이자 마지막 정규앨범을 발표하면서 멤버 박성광(31)은 "그간 가요계에 누를 끼친 것 만 같아 마음이 무겁다"고 말하기도 했다.

예능프로그램 출연자들이 발표한 음원이 차트를 뒤흔들고 있는 원인은 두 가지다.

먼저, 음원의 1회성 소비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김건모(45), 신승훈(45)의 대표곡들은 몇달간 1위를 지켰다. 음반은 100만장씩 팔렸고 음악은 소장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히트곡이 없는 시대다. '실시간 차트'로 음원 다운로드와 스트리밍 건수를 늘리려는 상황에서 음악은 그저 듣고 싶을 때 다운로드하고 지겨우면 삭제해버리는, 욕망을 채우기 위해 일상생활에서 소비하는 인스턴트 제품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동시에 음악은 이제 더 이상 듣는 것이 아닌, 보는 것이 됐다. 한국에서 음악을 감상한다고 말하는 이들은 희소하다. 콘서트 현장을 찾는 남녀는 청중이 아니라 관객이라 일컬어진다.

미국 워싱턴포스트 신문은 지난해 10월18일 '보이는 음악: 어떻게 '강남스타일'은 K팝의 비밀스런 강점을 활용했고 약점을 극복했는가' 제하의 기사에서 '강남스타일'의 인기요인을 분석하면서 K팝이 MTV 시대와 영상사이트 유튜브를 거쳐 성장했다고 분석했다.

신곡이 라디오로 발표되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TV를 통해 선보이며, 한국인들은 음악을 '본다'고 특기했다. 보는 예능프로그램이 소개한 음원이 인기를 얻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음반유통사 관계자는 "영상으로 음악을 듣게 되는 작금의 상황에서 사운드를 고민하기보다 어떤 퍼포먼스를 벌이느냐에 더 초점을 맞추게 된다"면서 "그런 점에서 시각적 잔상이 큰 예능프로그램에서 흘러나온 음원이 인기고, 가수들도 예능프로그램 출연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일부에서는 그러나 지난해 음원시장을 주도한 어쿠스틱 밴드 '버스커버스커'처럼 자신들 만의 음악으로 작금의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며 정공법을 주문한다.

음반기획사 측은 "버스커버스커와 그에 앞선 '세시봉' 열풍은 디지털싱글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의미가 크다"면서 "흐름을 뒤쫓기보다는 좋은 노래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문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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