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부모 80% 이상 차지 조부모-친인척도 상당수

올해로 열 살이 된 A군은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리다 동생(7)을 데리고 가출했다. 아동보호기관에 찾아왔을 때 A군의 등과 엉덩이, 종아리는 상처로 가득했다. A군의 아버지는 이혼한 뒤 술을 마시는 날이 많아졌고, A군을 때리면서 아내에 대한 분노를 쏟아냈다.

아버지의 폭력에 A군도 변했다. 아버지에게 거칠게 반항을 시작했던 것. 아동보호기관에 온 뒤로도 사소한 일에 다른 친구들에게 흙을 던지며 괴롭히거나 봉사자들에게도 욕설을 하며 분노를 표출했다.

A군은 현재 분노 조절 및 심리 안정을 위한 약물치료를 받고 있다. 이처럼 전북지역에서 매를 맞고 학대 받는 아이들의 피해가 줄지 않고 있어 예방대책이 절실하다.

특히 이 같은 학대 행위가 아이들에게 가장 편안하고 안전해야 할 가정에서 이뤄지고 있어 심각성은 극에 달하고 있다. 6일 전북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전북지역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건수는 2010년 355건, 2011년 374건, 지난해 400건으로 나타났다.

이와는 별도로 학대위험을 안고 있는 잠재 사안은 2010년 89건, 2011년 177건, 지난해 148건으로 조사돼, 보이지 않는 피해 역시 클 것으로 예상된다. 유형별로 살펴보면 정서학대가 2011년 68건에서 지난해 98건으로 늘어났으며, 성 학대도 12건에서 39건으로 증가했다.

반면, 신체학대는 2011년 98건에서 지난해 87건으로 줄었고, 방임(유기 포함)도 196건에서 178건으로 소폭 감소했다. 학대를 받고 있는 아동 대다수는 친부모 등 가족으로부터 구타와 정신적인 피해를 당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아동보호시설 관계자는 “갈수록 개인화 되는 사회 분위기 속에 가족간 구조적 갈등이 학대의 원인이 되고 있다”며 “학대 가해자는 친부모가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다 조부모와 친인척도 상당수가 가해자였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학대 발생장소도 가정과 친척집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피해아동들은 가장 안전해야 할 집안에서 폭행과 학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북아동보호전문기관 유기용 팀장은 “아동의 특성상 자신의 위험을 외부로 알리기 어렵기 때문에 주변의 관심과 적극적인 신고가 학대의 사슬을 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 팀장은 “최근 아동복지법 개정·시행으로 신고의무자 직군이 확대됐다. 학교나 학원, 어린이집 등 아이와 함께하는 곳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신고의무자”라며 “아동 보호를 위해 적극적으로 신고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지난해 8월 시행된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아동학대 신고 의무 직군은 아동복지시설 종사자를 비롯해 아동 및 사회복지 공무원, 학교 교직원, 유아교육 관련 종사자 등 22개 직군이 있다.

/황성은기자 eun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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