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근 전라북도의회 교육위원회

되는 집안에는 항상 생기와 활력이 넘친다. 망하는 집안에는 근심과 욕심이 판을 친다. “젊음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의심과 근심과 욕심을 버려야 한다. 의심은 마음의 고름이요, 근심은 마음의 주름이요, 욕심은 마음의 기름이다.”라는 말이 있다.

의심을 호기심으로, 근심을 관심으로, 욕심을 동심으로 바꿔야 조직이든 사람이든 생기를 유지할 수 있는 법이다.   지금의 도의회 교육위원회는 어떨까? 한마디로 근심과 욕심이 똬리를 틀고 있는 형국이다.

바람 잘 날 없는 교육위원회가 열릴 때마다 ‘이번 회기엔 무슨 일이 벌어질까?’ 조마조마하고 살얼음판 위를 걷는 심정이다. 고성이 오가거나 테이블 위의 자료들이 날아다니는 건 예사고, 작년에는 해외연수 관련 이른바 ‘돈 봉투 사건’으로 크나큰 망신을 당했다.

나도 그 사건으로 인해 대인기피증이 생길 정도였고 한동안 전화기마저 켜놓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돈 봉투와 관련이 있든 없든 사법기관에서 참고인 조사까지 받았고 어디 가서 ‘도 교육위원회 의원’이라고 말하기가 창피할 정도로 굴욕스러웠다.

당사자들은 처음에는 “받은 돈 봉투를 즉시 돌려준 것으로 하자”고 작전을 짜더니, 언론 인터뷰에서는 “무슨 돈 봉투냐?”고 오리발을 내밀었다. 그러다가 들통이 나자 돈 봉투를 거부한 의원을 오히려 “나쁜 놈” 취급하는 적반하장 분위기로 이어졌다.

누구한테, 왜, 얼마를 받았는지, 정작 밝혀야 할 본질은 오간 데 없고 “앞으로는 이런 일이 절대로 없을 것이고 도민을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는 취지의 ‘자정결의서’를 채택하면서 한 달여 동안의 망신 굿은 일단락 지었다.

 그런데 두어 달 후 또다시 사무행정감사 기간 중에 집행부를 격포로 불러들여 연찬회를 갖다가 지역뉴스를 장식했다.

부적절한 연찬회를 반대하며 불참한 의원에게 “간담회에서 결정한 사항이고 당연한 업무연찬인데 왜 반대만 하느냐?”고 하더니, 다녀와서는 “안 간 사람 때문에 뉴스에 나왔다”며 화를 내는 비상식적인 행위로 일관했다.

보편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행태의 연속이었다. 당시에도 나는 위원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간담회 결정사항”이라는 판에 박힌 이유를 대면서 사과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당시 간담회는 일부 의원에게는 연락도 취하지 않은 채 자신의 편리대로 진행한 간담회였다. 앞에 맥주병이 놓인 취중간담회였는지, 이른바 ‘고스톱’과 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이색(?)간담회였는지, 연락을 받지 못한 의원들은 지금도 그 내막을 모르고 있다.

결정적으로 내가 ‘위원장의 사임요구’를 결심한 것은 1월 회기 폐회 간담회 직후였다. 그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 주장하고 설명을 했건만, 위원장은 교육위원회의 방만한 운영에 대해 전혀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다.

더 이상의 대화도 소통도 불가능한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혼자 끙끙 앓으면서 이 문제를 안고 가는 것은 불가능할 뿐더러 의미도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 비록 내 얼굴에 침 뱉기일망정, 내가 모든 법적인 책임을 지겠다고 하고 기자회견을 자청했던 배경이다.

기자회견에서는 현재 교육위원회에서 심의조차 거부하고 있는 학생인권조례안을 포함한 7건의 안건에 대해서도 거론했다. 이 안건 중에는 ‘전라북도 교원수련원 건립안’ ‘전라북도 도립학교 설립안’ 등 중앙정부 예산 상황에 따라 지원이 바뀔 수 있는 시급한 사안들이 있다.

아무런 논리나 명분도 없이 이토록 시급한 안건들을 심의조차 하지 않는 것은 도민에게 죄를 짓는 행위가 아니고 무엇인가? 위원장 사임요구 기자회견에 대한 반응은 나름 제각각이다.

“어떻게 내부 일을 외부에 폭로할 수 있느냐?”며 분개하는 반응, “민주당 의원이 교육감을 감싸고 돈다”는 어이없는 반응, “도의원이 교육의원에게 생트집을 잡고 있다”는 반박형 반응, “너는 얼마나 깨끗한지 봐야겠다”는 뒷 조사형 반응, “어디 두고 보자”는 복수형 반응··· 위원장 또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와 비슷한 류의 심정을 밝히기도 했지만, 자세한 상황을 소상히 알고 있는 나이기에 어떤 반응에도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도의회의 가장 큰 역할은 도민들의 의견을 대변하는 일이다. 아울러 도의회가 하는 일은 도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할 의무가 있다. 이 두 가지가 의원활동의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하며, 그걸 잊거나 방기한다면 사임이 아니라 의원직을 그만 두는 것이 옳다.

주민을 대신해서 나온 의원이 주민으로부터 불신을 받는 이유가 무엇 때문이겠는가?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을 주민 앞에서 ‘권력’으로 행사했기 때문이다. 그것을 깨닫지 못한다면 정치에 대한 불신은 앞으로 몇 년이 흐른다 해도 어느 누가 의원이 된다 해도 쉽게 걷히지 않을 것이다.

이번 일로 누군가 나에게 돌을 던진다 해도 나는 달게 맞을 자세가 되어 있다. 비록 돌을 맞을지언정 나의 결단이 의회와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옳은 일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또다시 도민에게 누를 끼치고 욕보이는 교육위원회가 된다면 나 또한 의원으로서의 자격이 없음을 시인하는 꼴이 될 것이다.

벼룩 한 마리를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우는 한이 있어도, 벼룩만 들끓고 편히 쉴 자리와 휴식을 제공해주지 못하는 초가라면 차라리 태우는 것이 옳다고 믿는다.

지역교육의 미래를 고민하고 연구하며, 모든 사람들에게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는 교육위원회, 땀 흘려 일하는 교육위원회를 만들기 위해 나는 나의 신념을 내걸고 우직하게 걸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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