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데이트

이영미 완주커뮤니티비즈니스센터 팀장

지난 주 완주의 한 초등학교를 졸업한 아이가 있다.

벌써 중학교 예비소집에 다녀왔다고 한다. 그런데 처음 만난 선생님과 아이들이 나눈 이야기를 듣고 참 충격적이었다. 선생님은 개학일정과 학교에 대한 설명을 마친 후, 중학교 교과서를 나눠주기에 앞서 이런 질문을 아이들에게 던졌다.

“전주로 전학 갈 사람들 손들어 보세요?” 그러자 반 아이들 상당수가 손을 들었고 선생님은 너무나 태연하게 답했다. “이 학생들은 교과서 받아가지 마세요.”라고.전주로 전학 가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은 선생님 그리고 그것이 당연하다는 듯한 학생들. 신학기를 맞는 선생님과 학생들의 질문과 대답치고는 너무나 이상하지 않은가?

일반적으로 “잘 지내보자. 중학교 생활을 이렇게 해 보자” 뭐 이런 내용의 이야기가 오고가는 것이 당연한데, 벌써 떠날 것을 전제하고 맺는 사제지간, 동급생 간의 풍경이 신학기부터 김새는 일이 아닐까?알고 있었다.

완주에서 나고 자란 우리 사무실 동료 말이 아주 오래전부터 그래왔다고 들었다. 이렇게 직접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을 접하고 나니 생각보다 너무 심각하다. 떠나는 아이들에게도 남는 아이들에게도 불행한 일이다.

영문도 모르고 같이 어울려 다니던 친구들과 헤어져 자기가 살지도 않는 전주의 어느 주소를 외워야 하는 떠나는 아이나, ‘다들 전주로 가는데 우리 엄마는 왜 이런 것 하나 못해주나’ 원망과 낙오감으로 남아있는 아이나 아파하기는 매한가지다.

완주커뮤니티비즈니스센터는 작년에 ‘2012년 완주군 방과후학교 백서’를 만들었다. 이 백서를 만들면서 “왜 학교는 이렇게 못하지? 왜 선생님들은 의지가 없지?”라는 비판만으로는 지역의 교육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방과후학교는 교육서비스가 부족한 농촌지역에 교육과 돌봄기능까지 맡고 있다. 이런 이유로 방과후학교에 주목했고, 그 현황과 대안이 무엇일지 찾아보는 조사를 시작했다. 방과후학교는 초, 중학교에 거의 모든 학교에서 시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의 방향이나 목표가 없다.

그러다 보니 ‘농촌의 아이들이 겪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이 아이들에게 정규교과목 이외에 필요한 인성과 비전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 없이 유행하는 교과목들과 기존에 했던 수업들이 반복되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니 교육열이 있거나 경제력이 되는 부모들은 기를 쓰고 전주로 양질의 사교육 시장에 뛰어든다. 이런 고민은 한 학교만이 담당할 수 없다. 지금처럼 자기학교 방과후 프로그램 운영만으로도 버거운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특히 100인 이하의 작은 학교들은 학생 수도 적고 지리적인 문제로 프로그램을 하나 개발하고, 강사를 수급하는 것도 어려운 현실에서 이런 고민까지 하기란 매우 어렵다. 게다가 담당자가 있어도 과도한 업무량 때문에 자주 교체된다.

그나마도 중학교는 2개 학교(14%) 외에 담당자가 없다. 설문조사 결과 많은 학교 구성원들이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특히 교사들은 지원이 필요한 내용으로 ‘지역사회 연계’를 우선으로 꼽았다. 지역도서관, 공부방, 지역아동센터, 주민자치센터 등과의 연계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학부모, 교사들에게 ‘100명 이하의 학교 문제 해결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을 묻는 질문에 복지프로그램과 통합과 지역사회 연계방안을 가장 많이 꼽았다.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만이 아니라 다양한 교육, 돌봄서비스가 효과적으로 전달되기 위한 통합과 연계를 지적했다.

한 개 학교가 아니라 지역사회가 함께 나서주기를 다들 기다리고 있다. 지난 글에서도 자주 언급한 완주 고산지역의 초,중,고등학교와 교육기관들이 모임인 ‘고산향교육포럼’처럼 지역사회가 지역의 아이들의 교육을 고민하고 같이 해결해 주기를 기대한다.

고산향포럼에서는 최근에 방과후학교 교사수급문제로 고민하던 중학교와 함께 지역사회의 귀촌인들의 재능기부자들을 연결한 사례가 있다. 귀촌인들은 지역의 아이들을 만나고 농촌지역 아이들의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학교는 지속적인 강사수급의 새로운 대안을 찾는 계기가 되었다.

다니고 싶은 학교, 보내고 싶은 학교를 만드는 것은 학교 혼자만의 힘으로는 역부족이다. 아이의 성공을 위해 전주로 보내려는 학부모와 농촌에서 자존감과 비전을 잃어가는 아이들 이런 분위기에 의지를 잃어가는 선생님들 이런 악순환을 깰 사람은 ‘우리 모두 다’이다.

전주에 사는 사람들도 그간의 관행이니 팔짱끼고 볼 일이 아니다. 이런 분위기는 결국 전주의 교육열을 더 과열시키게 된다.

이렇게 과열된 교육열이 사교육으로 이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니 아이나 학부모나 ‘뒷쳐진다’는 불안과 공포에서 한시도 자유로울 수 없을거다.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자.” 너무 뻔한 답이지만 지역 교육 문제 해결의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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