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갑 뉴시스 교육·학술 전문기자

2011년 12월 대구에서 한 중학생이 같은 학급 학생들의 괴롭힘에 시달리다 자살한 사건은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급기야 정부는 2012년 2월6일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했고, 국회도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을 개정했다.

정부의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은 학교폭력 실태 전수조사, 학교폭력 가해 사실의 학생부 기재, 복수담임제, 학교스포츠클럽 운영 등 상당히 많은 대책이 담겨 있다.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정책은 모두 망라됐다. 정부대책이 나온 지 1년이 지났지만, 효과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그러나 학교현장과 사회 전반에 걸쳐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무관심하고 은폐되기 일쑤였던 학교폭력 문제가 전 사회적인 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했고, 모든 교육 주체들이 학교폭력 근절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한, 학교폭력 피해 학생과 학교가 학교폭력을 적극 신고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힘을 쏟는 것도 고무적인 일이다.

무엇보다 교육과학기술부의 1588-7179(Wee 센터), 여성가족부의 1388(CYS-Net), 경찰청의(One-stop 지원센터)로 개별적으로 운영되던 신고전화가 117로 통합되어 복잡한 신고-조사 체계를 개선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2012년 1월부터 8월까지 117에 신고된 건수는 1일 평균 약 164건으로 2011년 1일 평균 약 0.8건에 비해 급격하게 늘어났다.

학생 본인의 신고 비율도 61.3%까지 상승한 것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특히 ‘사소한 괴롭힘도 학교폭력’이라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정부의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은 상당한 시행착오를 겪었다.

복수담임제는 현실성 부족 등의 이유로 사실상 폐기됐고, 학교폭력 실태 전수조사는 졸속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또한 학교폭력 가해 사실의 학교생활기록부 기재를 놓고는 일부 시도교육청과 마찰은 물론 법정 소송까지 진행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지금도 많은 사안을 놓고 실효성에 대한 찬반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교원단체도 서로 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다.

4일 교총이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 시행 1년을 어떻게 평가하는가’에 대해 교원들은 대체로 ‘긍정적(57%)’으로 평가했지만, ‘보통(30%) 및 부정적(13%)’ 평가도 43%에 달했다.

교총은 ‘정부대책 중 가장 효과적인 대책’으로 교원들이 ‘학교폭력 가해 사실 학생부 기재(18%)’를 꼽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교조는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에 대해 ‘탈법적이고 반인권적’이라며 상반된 입장을 내놨다.

전교조는 4일 ‘알맹이 없이 변죽만 울렸던 1년’이라는 논평을 통해 “교과부의 학교폭력근절 대책에 대해 학교 현장의 학생과 교사들은 긍정적인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혹평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최근 발표한 ‘교육여론조사(KEDI POLL)’ 결과를 보면, 우리 국민은 교육현안 문제 중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학생의 인성·도덕성 약화’(35.8%)와 ‘학교폭력’(34.5%) 문제를 꼽았다.

이제 학교폭력 문제는 우리 교육이 해결할 최대의 과제가 됐다. 정부의 학교폭력근절 대책은 긍정적인 변화와 함께 개선·보완할 과제도 적지 않다.

노르웨이의 ZERO PROGRAM, 핀란드의 끼바 꼬울루(kvia Koulu)처럼 학생, 교사, 학부모를 대상으로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경쟁 중심의 교육을 인성교육 중심으로 전환하고, 인성이 진정한 실력이라는 사회 분위기를 확산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점은 학교폭력근절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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