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길호 전북경제통상진흥원장  

2011년 4월 세계 경제계에 주목받는 일이 발생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였던 애플이 2위업체인 삼성을 대상으로 특허소송을 벌였기 때문이다.

양사의 특허공방은 포스트PC 시대를 맞아, 스마트폰 시장을 개화시킨 애플이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른 삼성전자를 견제하기 위해 시작됐다. 삼성과 애플의 특허공방은 현재 11개국, 50여건에 달하는 소송으로 이어지며 전세계로 확전된 양상이다.

이러한 대기업들간의 특허전쟁에서 중소기업들은 어느 정도 안전선 밖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중소기업들을 보호해주던 안전선도 없어질 전망이다. 세계 최대 특허기업인 IBM이 국내 중소•중견기업들에 특허료 지불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에 대한 특허괴물의 공격은 대가를 크게 볼 수 있는 삼성전자나 LG전자 등과 같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집중되었다. 그러다 보니 국내 중소기업의 특허에 대한 인식도 상대적으로 낮았다.

물론 다양한 지원 정책 및 교육을 통해 특허 등록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점차 중소기업들의 특허 출원 및 인증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해 말 통계청과 무역위원회가 1,052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내 중소기업들의 특허보유 비중은 5.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특허관련 전담조직 구성은 40% 미만을 밑도는 것이 현실이다. 삼성이나 LG의 특허괴물의 공격을 받았을 경우 국내 중소기업들은 그나마 낮은 이익률의 일정 부분을 특허괴물들에게 로열티로 헌납하는 현실로 내몰리게 될 것이다.

이러한 우려는 최근 현실화되고 있다. 외국 특허괴물들과 국내 중소기업 간 국제지적재산권 분쟁건수는 지난 2007년 7건에서 지난해에는 8월까지만 해도 18건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중소기업에 대한 특허 공격이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도내 중소기업들의 현실은 더욱더 우울하다고 할 수 있다.

필자의 경우 직업상 다양한 중소기업 CEO 들과의 미팅을 하고 있으며, 중소기업들의 특허에 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나, 몸으로 체감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의 수는 매우 미약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없는 자금으로 생산설비를 돌리고 동종의 수많은 업체들과 경쟁하느라 특허부서나 인력을 운영하기 어려운 처지의 도내 중소기업들의 현실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특허괴물들의 공격이 노골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도내 중소기업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한 것 또한 사실이다.

적어도 자신이 가진 기술이 특허에 걸리는 것인지 정도는 파악할 수 있도록 전문인력을 확보해야하며 보다 적극적으로 특허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업종별 보유특허를 나눌 수 있는 특허풀을 조성해야만 할 것이다.

또한 도내 중소•중견기업 CEO도 특허의 중요성을 인식해 특허경영 마인드를 한층 강화해야 한다. 물론 특허전쟁 대비가 너무 늦었다는 전문가들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지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망양보뢰(亡羊補牢)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새겨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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