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탓 값싼 중고책 선호 구매자 반기고 있는 반면 지역 중소서점 위기감 팽배

국내의 대형 온라인서점 중 하나인 ‘알라딘’이 최근 전주지역에 문을 열면서 소비자와 관련업계 간의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근 교보문구 등 대형서점이 사라진 전주 구도심 한 복판에 새 책이나 다름없는 책을 싼값에 살 수 있어 책 구매자들은 반기고 있는 반면, 전주시 경원동 헌책방 골목을 비롯한 지역 중소서점업계는 시장질서가 어지러워질 수 있다며 긴장 속에 그 영향력을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다.

11일 도내 관련업계에 따르면 인터넷서점 ‘알라딘’은 지난달 13일 전주시 고사동 기린오피스텔 지하 1층에 중고 책을 사고팔 수 있는 ‘알라딘 중고서점 전주점’을 열었다.

중고 책은 그동안 헌책방이나 온라인 사이트 등을 통해 거래됐지만 인터넷 서점들이 중고 책 시장에 속속 뛰어드는 추세다.

이런 가운데 전주지역에도 첫 매장이 생긴 것이다. 이날 알라딘 전주점은 주말이 아닌 평일에도 내방한 고객의 수가 꽤나 많았다. 150여평의 넓고 세련된 인테리어에 도서 검색용 컴퓨터 등 기존 헌책방 분위기가 아닌, 여느 대형 서점과 다를 바 없었다.

직원 수도 점장과 스탭 등 6명으로 대형서점 못지 않았다. 이 곳의 인기 서적은 소설·수필, 인문사회, 경제경영, 처세술 관련 책들이 강세이며 손님들 대부분은 학생이거나 사무직 회사원이었다.

특히 중고 서점인 만큼 알라딘이 자체 보유하고 있는 책뿐 아니라 일반인들이 집에 있는 책을 가져가 팔 수 있는 코너도 운영해 판매량과 책 상태, 출간시기 등을 감안, 적정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

또 인터넷 서점의 기존 회원 서비스와 연계된 각종 혜택 등이 추가돼 눈길을 끌고 있다. 중고책을 즐겨 산다는 직장인 김성희(32)씨는 “기존의 헌책방은 책을 쌓아 놓기만 하는데 이곳은 검색PC도 마련해 대형서점의 서비스와 크게 차이가 없다.

또 값이 싼데다 책 상태도 새 것 못지않고 읽고 난 후 다시 되팔 수도 있어 좋다”면서 “최근에는 얇아진 주머니 사정을 생각해 거의 새 책 대신 중고 책을 사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중고책은 주로 헌책방이나 온라인의 중고책 전문서점을 통해서 거래돼 왔지만 최근 경기 불황과 맞물려 중고책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수많은 회원을 가진 인지도 높은 인터넷 서점들이 얼어붙은 소비자들의 심리를 이용해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지역 영세한 동네 헌책방들은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자금력 있는 인터넷 서점이 출판사와 직접 거래하며 재고서적을 싼값에 대량으로 구매해 시장에 내놓는다면 시장질서 자체가 바뀔 수밖에 없다는 것. 게다가 알라딘 전주점은 유동인구가 많은 고사동에 자리잡고 있어 경원동에 있는 지역 중고서점까지 오기 어려운 소비자를 잠식할 것이란 우려다.

경원동 골목에서 헌책방을 운영하는 한 서점 관계자는 “전주시내 중심가에 중고서점이 들어선 후로 점점 손님들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며 “특히 요즘은 온라인 구매를 통해 많이 사니까 이곳까지 잘 찾아오지도 않는데다 이제는 대형 서점들이 헌책까지 팔려고 하니 앞으로 우리 같은 헌책방들은 점점 더 설 곳을 잃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대연기자 eod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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