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저작권 등록 돼있는 '뺑파전'과 중요 줄거리 크게 다를 바 없다는 평가 공연내용 흡사

▲ 지난달부터 매주 토요일 전주소리문화관에서 공연되고 있는 마당창극 '천하맹인이 눈을 뜬다'(이하 '천하맹인')가 저작권 보호를 받는 '뺑파전' 내용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지난달부터 매주 토요일 전주소리문화관에서 공연되고 있는 마당창극 ‘천하맹인이 눈을 뜬다’(이하 ‘천하맹인’)가 저작권 보호를 받는 ‘뺑파전’ 내용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특히 이런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공연을 주최 주관하는 곳이 공공기관이라는 점에서 도내 문화계에 큰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천하맹인’은 전북도의 2013 한옥자원활용 야간상설공연의 하나로 전주시가 주최하고 전주문화재단이 주관하는 공연. 지난달 18일 첫 공연 이후 매회 공연마다 200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고 있는 인기 창극이다.

공연은 황성에서 벌어지는 맹인잔치에 참가하기 위해 길을 떠나는 심봉사와 뺑덕어미에게 젊은 황봉사가 길동무로 따라붙으며 시작한다.

이후 심봉사는 우여곡절 끝에 황성에 도착하고 심청이를 만나 눈을 뜨게 되는 줄거리로 구성돼 있다.

공연을 본 전문가들은 심황후를 만나 눈을 뜨는 대목 외에는 ‘천하맹인’의 중요 줄거리가 2003년 저작권 등록이 돼있는 ‘뺑파전’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전문가들의 평가를 종합해보면 50% 이상 ‘뺑파전’과 비슷하고 극의 처음과 중간 등에서 등장하는 사물놀이와 재주꾼 놀이 등을 제외하면 거의 90% 이상이 뺑파전과 흡사하다는 것. 구체적으로는 심봉사와 뺑덕어미가 황성을 향해 길을 떠나는 대목부터 황봉사와 뺑덕어미가 만나는 장면에서 서양춤을 추는 대목, 황봉사가 말춤을 추는 대목, 가요를 부르는 대목 등을 지적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이 공연내용이 흡사함에도 ‘뺑파전’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온고을 소리청의 김일구 명창에게 허락을 받지 않고 공연을 강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온고을 소리청의 김영자 명창은 저작권에 관한 기자 질문에 “연초 뺑파전과 관련 공연 관계자들과 몇 차례연락을 받은바 있으나 최종적으로 ‘원본대로 진행한다면 허락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고 이후에는 별다른 연락을 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뺑파전’을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사례가 전국적으로 많이 있으나 창극 발전이라는 대의 때문에 법적인 대응을 자제하고 있고 이번 ‘천하맹인’도 그런 기본적 입장에서 대응할 생각이었다”면서 “그러나 이번 사태를 둘러싸고 저에 대해 ‘저작권에만 눈이 먼 사람’이라는 취지의 입에 담을 수 없는 모욕적인 표현들이 나오고 있다는 얘기를 최근에 전해 들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악계 한 인사는 “이번에 문제가 된 ‘천하맹인’은 저작권을 보호하는데 앞장 서야 할 공공기관이 책임지고 있는 공연이란 점에서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며 “이번 사태가 공연물 저작권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제고하는 기회로 작용하기를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왕기석 공연추진단장은 “사전에 김영자 선생님과 여러 차례 ‘협의’를 했고 ‘합의’에는 도달하지 못했으나 첫 공연을 보신 선생님께서 ‘뺑파전의 여러 장면 빼느라 욕봤다’라고 했다는 말을 전해 들어 저작권 문제에 소홀 했었다”며 “이번 일에 대한 책임은 단장에게 있는 만큼 향후 거취에 대한 입장을 내일(13일)밝히겠다”고 말했다.

/이병재기자 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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