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데이트

유기상 전북도 기획관리실장

요즈음, 일본의 역사왜곡과 중국의 동북공정으로 대표되는 역사침략이 심각하다. 이웃나라 일본의 역사왜곡이 갈수록 도를 넘고 있다.

일본 정부 고위관료들이 잇따라 태평양전쟁의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하고, 일본 집권당은 위안부 문제는 물론 과거 침략전쟁까지 부인하는 내용의 교과서 개정을 주도하고 있다.

한편, 현재 국경 안에서 일어난 모든 역사를 자국의 역사로 편입하기 위한 중국의 동북공정도 심각하다.

고구려와 발해사를 중국의 역사로 교과서에 수록하고 중국 곳곳에 있는 유적지에서 고조선, 고구려와 한민족의 발자취를 지우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우리의 주변국들은 이렇듯 자국에 유리한 관점에서 역사를 재편하려는 노력을 전략적으로 해오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우리나라의 역사인식에 대한 무관심은 참으로 우려스러운 실정이다. 입시위주의 교육에서 학생들에 대한 역사교육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

수험생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명목아래 2005년부터 한국사는 수능 필수과목에서 선택과목으로 바뀌었고, 유일하게 한국사 필수 선택을 제시한 서울대마저 2015학년도 수능 시험부터 필수 응시과목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고등학교 전체 수업비중의 5%만이 역사수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학생들에게 역사는 시험을 위한 암기과목에 불과할 뿐이다.

교과서의 역사 기술내용은 더욱 심각하다. 아직도 식민지배를 위해 왜곡된 친일 식민사학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고, 중국의 패권주의 역사왜곡에 맞장구치는 연구결과를 활개치고 내놓고 있는 역사학계의 현실은 분통이 터질 일이다.

일제강점기는 끝났으나 아직도 우리역사는 식민사관의 덫에 여전히 갇혀있다. 전북 곳곳의 산줄기, 물줄기, 땅이름마저 왜색에서 복권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을 계기로 위기에 처한 우리나라 역사인식 문제가 사회적 관심사로 대두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라 할 것이다.

역사교육의 강화와 함께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것은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시험을 위한 단편적인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현실 문제를 역사적인 소재와 연결하거나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에 대한 이야기식 교육방식으로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선조들은 문사철(文,史,哲)이라고 하여, 역사공부를 인간이 되기 위한 필수공부로, 인문학의 기본과목으로, 제왕학의 기본과목으로 가르쳐 왔다. 역사의 인식은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오늘을 사는 지혜와 미래를 보는 안목을 얻는 거울이기 때문이다.

영국의 역사학자 에드워드 카(Edward Hallet Carr)도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역사는 오늘의 삶의 비추는 거울이며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창이라고도 한다.

오늘날 우리는 세계화의 시대에 살고 있다. 진정한 세계화를 위해서는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구천년 역사를 지닌 우리민족의 자긍심을 고취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할 것이다.

올바른 역사 인식을 바탕으로 자신에 대한 정체성이 확립되고, 전라북도와 대한민국에 대한 자긍심이 있을 때 다른 나라와 당당히 협력하고 경쟁할 수 있다.

고창의 세계문화유산인 고인돌은 세계적 가치 있는 문화유산으로 인식하기 전에는, 장독대로 쓰였다. 우리 뒤뜰에 장독대를 갖고 살 것인지, 세계문화유산을 갖고 살 것인지는 오로지 역사인식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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