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농촌과 함께 살자'

▲ 완주군 비봉면에서 친화경농업을 하고 있는 완주군친환경연합회 유희빈회장이 "소비자들이 생산자를 믿고 친환경농산물을 구입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쪽에선 장마가, 또 한 쪽에서는 폭염이 연일이다.

그런 날씨와 무관하게 가장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바로 농사꾼이요, 고귀한 노동의 현장이 이루어지는 곳은 바로 땅일 터. 농사꾼에게는 꿀맛 같은 휴식시간일 7월의 한 낮. 완주군친환경연합회 유희빈회장님(65)을 만났다.

전주를 둘러싸고 있는 포근한 땅 완주군 비봉면에서 땅심을 일구어가는 이야기를 들어본다.

- 비봉이 고향이신데 언제부터 농사를 지으셨는지?

▲ 직업군인이었던 8년을 빼면 여기를 떠나본 적이 없어요. 73년에 제대하고 농사를 시작해서 40년 넘었죠. 복분자, 방울토마토, 수박, 고사리, 블랙베리농사를 하는데 임대 6,000평 마을농사 3,000평 전부 무농약으로 하고 있어요.

- 친환경농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

▲ 처음에는 무농약이나 친환경에 대한 생각을 가져본 적이 없었어요. 하지만 그 때도 제초제는 사용하지 않았어요. 실질적으로는 2003년에 복분자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친환경인증을 받게 되면서부터예요. 친환경은 특별한 사람들이 하는 게 아니라 옛날 방식으로 돌아가는 겁니다.
 

- 힘든 점은?

▲ 풀 매는 것이 제일 힘들고 또 작물이 죽을 때 힘들어요. 우리 집사람이 애를 많이 썼죠. 친환경농업인의 입장에서 보자면 지원이 부족해요. 친환경토마토 농가만 해도 20농가가 채 안되는데 무슨 힘이 있겠어요?

생산자들이 마음을 합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고 교육도 받아야하는데 농사짓는 사람들이 자비를 들여 어렵게 유지하고 있어요. 이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친환경이라면 이렇게 운영되는 건 잘못된 것 아닌가. 단체의 역할과 행정의 해야 할 일이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친환경단체도 인정하고 지원해줬으면 합니다.

멀리 보면 귀농인도 증가하고 농촌사회에 좋은 방향이 될 겁니다.

- 판로와 소득은 어떻게 해결하는지?

▲ 친환경을 한다고 해서 특별히 소득이 나아졌다고 할 수는 없어요. 판로는 학교급식, 마트 등 지역 상관없이 납품을 하게 됩니다.

친환경농산물은 특히 도 내 학교급식에 우선 납품되지 못함이 아쉽죠. 전라북도가 잉여농산물이 제일 많고 친환경인증면적도 줄어들고 있어서 가슴이 아픕니다.

우리나라 친환경농업의 56%정도가 전라남도인데 학교급식에는 꼭 도내농산물을 우선 납품하도록 했어요. 또 대전은 우수한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가에 인센티브를 주기도 하지요. 이렇듯 친환경농산물의 보편적 판매가 가능케 하는 방법 유도가 필요합니다.

친환경 인증을 개별적으로 받으면 1년에 한번 73만원정도 비용이 드는데 생산자입장에서는 부담이죠. 친환경농업은 건강한 먹을거리 뿐 아니라 결국 자연환경을 보존하는 것이므로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주는 법적인 시스템을 마련해주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 소비자들에게 바라는 점이나 섭섭한 점은?

▲ 친환경농산물은 상품성이 떨어지니까 인정을 덜 받아요. 소비자들은 예쁘고 윤기 있는 것을 선호하니까요. 그런데 보이는 것보다 내용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씨 없는 포도를 먹는다면, 촉진제와 같은 인위적인 호르몬제를 사용했겠지요? 우리 몸에도 좋을 리가 없습니다.

그리고 유전자변형농산물이 미국에만 있는게 아니라 제초제를 많이 사용하면 그것이 결국 유전자변형이 되는거예요. 5번 병원 갈 것을 1번 갈까 말까하는 정도로 의료비를 줄인다는 생각으로 생산자를 믿고 구입하면 좋겠어요. 친환경농업인들이 최선의 노력을 들여서 농사를 짓는데 판매에서도 차이가 없고 불이익을 받는 것은 속상하죠.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 현재는 농산물가격을 소비자가 결정하니까 거기에 맞출 수 밖에 없고 결국 농업자체도 낮은 평가를 받는 것 같아요. 사실 농산물가격은 하느님이 결정하는 겁니다.

자연환경에 따라 변화되는 것이 크기 때문에 열심히 잘 지어놓고 기다리는 거예요. 그렇게 내 농산물에 내 혼과 내 향기가 스며들고 가격도 스스로 결정할 수 있지 않겠어요? 국민들의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업에 대해서는 정책입안자들이 소신과 사명감을 갖고 일하고 꾸준히 정착할 수 있도록 과감한 자세로 일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전북이 농도라는 말이 무색해졌지만 친환경농업의 가야할 길과 방향을 설정하고 기회를 잡는다면 농업의 메카가 될 수 있을 거예요.   95년에 이미 전농토의 토지전산화와 생산이력제를 실시하자는 의견을 내셨다고 한다.

당시에는 미친놈 소리를 들었다지만 그만큼 전라북도 농업에 대한 마음이 깊은 분이셨다. 지금이 어렵고 힘들지만 친환경농업에서는 최고의 실력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최고의 호기라 하셨다.

가장 힘들 때 근본적인 전환의 시작이 될 수 있는 생각이 들었고 부디 그 생각이 옳은 선택이기를 바라면서 글을 맺는다.

/조미정(전북의제21추진협의회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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