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 '체계산'

▲ 순창군 체계산에 위치한 한국불교 태고종일광사에서 바라본 섬진강이 아름답다.

회문산과 강천산과 함께 순창군의 3대 명산으로 불리는 체계산. 귀부인의 낭자머리에 비녀를 꽃은 형상과 닮았다 해서 책여산(冊如山)이라고도 불리우는 이 산은 날아가는 새들조차 위태로워 이 곳에 앉기를 꺼려했다는 날카로운 봉우리를 지녔으며, 고려말 최영 장군이 이곳에서 말을 타고 화살을 쏘며 무술을 익혔다는 전설을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체계산의 그림자는 그 앞으로 흐르는 굽이굽이 섬진강 물길을 따라 이어져 있어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시킨다.

체계산의 초입에는 한국불교 태고종 일광사(一光寺)가 자리하고 있다. 일광사는 체계산 암자에서 기거하던 김세현 대사가 지난 1948년 창건한 사찰로, 현재는 한국불교 태고종에 소속된 선동스님이 대표주지로 있다.



▲ 옛 일광사
현재 불자들은 물론 4계절 내내 체계산과 섬진강의 풍경을 감상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곳이다. 특히 이곳은 국내 사찰로는 짧은 65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지만, 대웅전에 17세기 중반의 조각승인 혜희(慧熙)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목조관음보살좌상이 모셔져있다.

문화재청이 발행한 ‘한국의 사찰문화재’에도 수록된 이 목조관음보살좌상이 이곳에 모셔지게 된 연유는 창건자인 김세현 대사가 입적하면서 현재는 알 방법이 없다.

또 복장세트 곁 표지에 함풍 4년(1854년)에 불상을 금으로 덮는 개금(改金)을 했다는 사실이 표기돼 그 이전에 제작됐을 것으로만 추측될 뿐, 복장유물을 아직 개봉하지 않아 정확한 제작연대와 제작자도 확인되지 않았다.



▲ 섬진강의 가을

▲ 일광사 전경

다만 독특한 착의법(着衣法)과 형태, 장식방법 등을 고려했을 때 17세기 중반 충청도와 전라도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법령파의 조각승 혜희의 작품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제 김정희 문화재청 문화재위원도 지난달 이 같은 취지의 소견문을 통해 “아직 복장유물이 조사되지 않아 불상의 조성연대와 조각승 등이 분명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양식적 특징으로 볼 때 17세기 중반경의 조각승인 혜희의 작품으로 추정된다”며 “이 상은 17세기 불상유파 중 하나인 법령파의 불상양식을 보여주는 작품이자 조선후기 보살상의 한 계보를 이루는 작품으로 그 가치가 높다고 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공주 갑사 대적전 좌협시보살상과 금산 보석사 대웅전 좌협시보살상, 진천 영수사 목조보살좌상, 순천 송광사 관음전 목조관음보살좌상 등 혜희가 조성한 대부분의 보살상이 문화재로 지정된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

일광사는 문화재로서 큰 가치가 있을지 모를 이 관음보살좌상을 보다 잘 모시기 위해 지난해 전통사찰 지정을 신청했지만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 목조관음보살좌상

일광사는 그러나 사찰 대부분이 목조로 이뤄진 만큼 자칫 화마에 휩싸일 경우 소중한 문화재가 소실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고 전통사찰 지정을 꾸준히 신청할 계획이다.

선동 스님은 “이 부처님(불상)의 모습이 삼성각에 보관된 개금 이전의 사진과 달라 현재 원형의 모습으로 다시금 개금하려 해도 제작연도가 오래되 선뜻 나서는 이가 없다”며 “전통사찰과 문화재로 등록이 되면 이곳에 봉안된 부처님(불상)을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근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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