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신안군 증도는 아시아 최초로 슬로시티로 지정되며 주목을 받았다
전남 신안군 증도는 아시아 최초로 슬로시티로 지정되며 주목을 받았다
  • 조석창
  • 승인 2013.10.29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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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신안군 증도는 아시아 최초로 슬로시티로 지정되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5년 후 증도는 다시 최초로 슬로시티 재지정 보류판정을 받으며 우려의 눈길을 받고 있다.

또한 재심사를 통해 정체성을 잃고 상업화의 물결이 흐른다면 언제든지 슬로시티 지정이 해제될 수 있다는 현실을 몸소 체험하는 사례로 꼽히고 있다.

전주한옥마을도 몸살을 앓고 있다.

상업화와 한옥마을만의 정체성을 지키지 못한다면 전주도 언제든지 슬로시티에서 재지정에서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을 증도의 예를 통해 살펴보자.   전남 신안군 증도는 지난 2007년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로 지정됐고, 2008년 갯벌도립공원 지정을 받았으며, 2009년에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2010년에는 습지보호구역 지정, 2011년에는 국제람사르습지 인증을 받았다.

하지만 슬로시티 지정 후 국비로 증도대교가 세워졌고, 또한 람사르습지 위로 사람이 다닐 수 있는 짱둥어 다리와 차량이 다닐 수 있는 다리의 일종인 노두가 만들어지면서 서서히 자연훼손의 길로 접어들게 됐다.

현재도 섬 곳곳에는 다리를 만드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차량이 다니며 생기는 먼지나 갯벌 사이에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도로가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슬로시티 지정을 받으면서 관광객이 증가되자, 신안군은 주민들 민박사업을 지원하고 여기에 외지인까지 대규모 자본을 통한 숙박시설이 여기저기 세워지기 시작했다.

이런 현상은 증도 본연이 가지고 있는 모습을 잃어버리고 관광형 도시로 전락한 느낌이 강하게 들기 마련이다.

증도 주민을 비롯해 해당 지자체는 ‘느려서 아름답고 불편해서 행복한 곳’이란 슬로시티의 취지를 이해하기에 앞서 유입되는 자본을 백분 활용, 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다리를 세워 주민 편의와 모객을 통한 실리를 추구하게 된 셈이다.

결국 ‘아시아 첫 슬로시티(Slow City)’로 주목을 받았던 증도는 증도대교로 인해 섬이 가진 상징성과 자연훼손으로 인한 정체성을 잃어버림으로써 슬로시티 지정 보류 판정이란 사태까지 벌어지게 됐다.

지정 보류된 증도에 비하면 같은 전남에 있는 장흥은 사태가 더욱 심각하다. 사실상 장흥군은 슬로시티에서 퇴출된 것이다.

장흥군은 슬로시티 실적 자료가 불충분하고 각종 사업이 슬로시티와 연광성이 부족하다는 점, 슬로시티와 관계된 식당이 부재한 점, 일부 영리를 추구한 관광과 체험프로그램 운영 등이 악재로 작용했다.

장흥과 증도가 이같은 결과를 얻게 되자 전남은 비상이 걸렸다. 당장 브랜드 가치하락으로 관광객이 감소하게 되며 슬로시티 로고를 앞으론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실제로 가을 행락객으로 붐벼야 할 증도는 관광 시즌을 맞아 한창 성수기를 누리야 하지만 텅텅 비어 있는 염전 체험장을 비롯해, 짱뚱어 다리, 소금박물관 등 인근 관광 명소들은 시간이 멈춰 버린 듯 한산하기만 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비지원도 줄어들 전망이다. 2009년 37억원, 2010년 36억원이던 지원액이 전국에 슬로시티가 증가되면서 2011년 12억원, 2012년 11억으로 줄었는데, 이번 사태로 추가 감소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장흥군과 증도 신안군은 부랴부랴 후속대책을 세웠다. 장흥군은 슬로시티 사업을 충실히 펼친 후 연말쯤 슬로시티 재인증 신청에 나설 예정이다.

가까스로 탈락 위기에서 벗어난 신안군 증도는 내년까지 50억원을 들여 차 없는 섬을 만들고, 주민 차량 600여대도 친환경 전기자동차로 바꾸기로 했다.

또 자연과 전통 생활방식을 되살리는 사업도 적극 펼치기로 했다.   연간 50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한옥마을도 다소 차이는 있지만 슬로시티 재지정에 대해 안심할 수 없다.

넘치는 인파에, 한 집 건넌 상업시설, 비싼 숙박시설, 쭉 늘어선 주차차량 등으로  ‘느림의 미학’이란 슬로시티 기본 정신을 살펴볼 수 없다.

한옥마을이 2010년 슬로시티에 가입될 당시 지정사유로는 국내 최대 규모의 한옥과 골목길이 살아 있는 전통한옥촌, 전주비빔밥 등 대표적 슬로푸드 콘텐츠 등으로 인구 5만 이상 대도시로서는 최초로 가입해 화제가 됐다.

하지만 현재 한옥마을은 골목길의 아기자기한 정취는 고사하고, 점차 사라져가는 한옥과 맛없고 값비싼 비빔밥, 여기에 한 집 건너 한 채씩 상업시설이 들어서면서 당초 한옥마을의 정체성이 점차 훼손돼가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한옥마을 상업시설은 슬로시티 지정될 당시 100여 곳에서 현재는 300여 곳으로 3 배 가량 늘어났다.

전국에서 사람이 모이자 한옥을 개조한 민박집에 우후죽순 생겨났고, 빈 터만 있으면 상업시설이 생겼다.

여기에 외국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에 뜻도 알 수 없는 외국어 간판까지 들어서면서 슬로시티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에 이르렀다.

전주시는 부랴부랴 상업화에 대한 대책으로 20011년 패스트푸드점 입점제한을 골자로 한 지구단위변경계획을 실행했고, 최근엔 지상 2층 건축 불허, 지하 신축 불허, 상업용 한옥 주차장 설치부담금 부과 등 지구단위계획 개정안을 내놓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다소 늦었다는 평이 있지만 행정이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마련해 재평가에 대해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또 한옥마을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지난 4월에는 한옥마을 국제슬로시티협의회가 구성돼 민간 차원에서 공동체 활동을 벌이고 있다.

행정은 최대한의 지원을, 주민들은 주민 스스로 공동체의식을 가지고 민관 협력체계를 구축해 한옥마을을 함께 지켜나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슬로시티 재인증은 국제슬로시티 국제연맹 정관에 따라 5년마다 실시되며, 전주한옥마을은 2015년 11월 재평가가 예정돼 있다.

평가항목은 환경정책, 슬로푸드, 방문객 환대능력, 주민 의식수준 등 총70여개의 평가요건에 충족해야 한다.

전주시 관계자는 “슬로시티 재인증은 전주라는 도시 전체의 정책을 통해 평가받는 것으로 슬로시티 정신과 정책에 맞게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 반드시 국제슬로시티 재지정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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