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게 고통…"매서운 겨울 또 어찌날까"
사는게 고통…"매서운 겨울 또 어찌날까"
  • 황성은
  • 승인 2013.11.21 18: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EKLY 이슈 / 외로운 이들의 엄동설한-냉골방서 혼자사는 정복남 할머니
▲ 전주시 완산구 낙수정 2길의 낡고 좁은 쪽방집에서 살고 있는 정복남 할머니(85)가 이불로 냉기를 달래며 먼저 보낸 두딸을 생각하며 한숨짓고 있다./김현표기자

"먼저 떠난 내 딸들 생각하면 숨 쉬는 자체가 고통이라우.” 기록적 더위를 겨우겨우 견뎌내니 이제는 매서운 삭풍이다.

전주 한옥마을이 멀리 보이는 낙수정 2길. 좁은 골목 하늘색 페인트칠이 벗겨진 대문. 50년째 이곳에서 살고 있는 정복남 할머니(85)는 낡아 떨어져 나간 대문 짝을 힘겹게 주워다 세우고는 집 안으로 발길을 돌렸다.

몇 해 전 빙판길에 미끄러져 무릎을 다친 이후 거동이 힘들어진 정씨 할머니는 바람을 쐬고 싶어도 집을 나설라치면 겁부터 난다. 안으로 들어간 할머니는 부쩍 추워진 날씨에 냉 골이 된 방 바닥에 이불만을 의지한 채 누워버렸다.

21일 찾아간 할머니의 방 안은 입김이 뿜어져 나올 정도의 차가운 공기로 채워져 있었다. 지난 여름 40도에 육박하는 뜨거운 공기가 가득했던 곳이다. 오래 전 할아버지를 잃고, 두 딸 마저 가슴에 묻은 후로 매일이 할머니에게는 고통의 나날이다.

할머니는 “신랑을 잃고 참 많이 울었다. 슬펐지만 자식들이 있어 기운을 차렸다. 그런데 두 딸 마저 내 가슴에 묻은 후로는 눈을 뜨는 매일 아침이 반갑지가 않다”며 “숨을 쉬는 것 자체가 죄인의 심정이다”고 말하며 눈물을 훔쳤다.

심적인 충격과 상처는 할머니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버거웠다.  단란했던 가정을 잃고 난 뒤 할머니의 생활은 크게 어려워졌다.

한 달에 35만원 남짓한 생활 보조금을 받으며 근근이 생활하는 할머니는 화목보일러에 의지해 난방을 하고 있다.

도시가스가 동네에 들어왔지만 보일러 설치는 엄두도 못내 장작을 때며 겨울을 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시에서 연탄을 나눠줬지만 할머니는 받지 못했다.

더욱이 추위를 피하고 싶어도 연기가 많이 나 이웃들 눈치 보느라 쉽게 나무를 땔 수도 없는 상황이다.

정씨 할머니는 “올 봄에 낡아서 무너져 내린 지붕을 보수하려 15만원을 들여 비닐을 씌웠는데 바람이 심하게 불어 찢어졌다”며 “기운이 없어 내 손으로 수리하기가 버겁다”고 말했다.

요즘 할머니의 가장 큰 걱정은 곧 불어 닥칠 겨울 맹 추위를 이겨내는 일이다. 현재 화목보일러에 쓰일 장작은 할머니 혼자 힘으로 구하기 힘든 실정이다. 지붕을 보수하는 일도 시급하다.

간신히 남은 비닐과 옷가지로 지붕을 덮어 버티고는 있지만, 폭설이나 비가 내리면 금새라도 무너져 내릴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 이런 이유로 할머니는 습관처럼 수시로 천정을 올려다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할머니는 “혼자 생활하는데 많은 돈이 들 일은 없지만, 올 겨울을 무사히 날 수만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찾아와 줘서 고맙다”고 말하는 할머니의 주름진 두 손은 기자의 손을 꼭 감싸 안아 금새 온기가 전해졌다.

/황성은기자 eun2@, 김명수 수습기자kms80@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