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 작품을? 뭣 하러?"

한류스타 최지우(38)가 SBS TV '수상한 가정부'의 주연으로 결정됐을 때 주위에서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사시사철 두꺼운 패딩 점퍼. 푹 눌러쓴 모자, 화장기 없는 민낯 캐릭터에 최지우의 친구는 "왜 모험을 사서 하려고 하느냐?"며 출연을 말렸다. 원작이자 최고 시청률이 40%까지 치솟은 일본드라마 '가정부 미타'를 사랑한 팬들은 최지우의 연기력을 의심했다.

그러나 최지우는 "망설임이 어울리지 않는 나이"라고 판단했다. "이제는 못할 게 뭐가 있을까 싶어요. 시청률이나 사람들의 시선이 겁나서 주저하기에는 어느 정도 연륜도 쌓였잖아요. 자신감도 있었고요. 하는 작품마다 다 (시청률이) 대박나야 하는 건 아니지 않아요?"

출연을 마음 먹은 순간 최지우는 서서히 '박복녀'가 돼갔다. 늘 웃던 눈과 입매는 무표정으로 감정을 감췄다. 사랑스러운 말투는 기계적인 한 음으로 맞췄다. 움직임을 줄였으며, 묵묵히 한 집에 사는 네 명의 아이를 돌봤다.

"절제하는 연기가 쉽지는 않았어요"라는 고백이다. "차라리 감정이 폭발하면 더 편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죠. 예를 들어 지문에 '의문스러운 표정'이라고 돼있지만, 말은 없고 입꼬리는 올라가면 안 되고 오로지 눈빛과 미세한 행동들로 표현해야 했죠. 눈도 깜박이면 안 됐어요.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눈을 부릅뜨고 힘을 주는 게 쉽지는 않았죠."

대사도 토씨 하나 틀리면 안 됐다. "대본을 숙지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내 걸로 만들지 않으면 할 수 없었다. 자다가도 순간 생각나면 잠결에도 외울 정도였다. 샤워하다가도 해보고 스태프들에게도 글자 토씨를 봐달라고 했다."

그럼에도 "독특했다"는 게 출연 이유다. "로봇 같은 행동보다는 아픔이 있지만, 감정적으로 드러내지 않아요. 남편과 자식까지 잃고 박복하게 사는 인물인데도요. 또 매회 결과적으로 아이들에게 메시지를 남겨요. 감동도 점점 있고 딱딱한 행동에서 따뜻한 느낌을 받을 수 있죠. 무엇보다 아이들과 같이하는 가족 드라마에 출연하고 싶었어요. 언제까지 첫사랑, 풋풋한 멜로를 할 수 없잖아요"라며 웃었다.
 

여유로움이 풍긴다. 비결로 "얽매인 시선에서 벗어난 자유로움"을 손꼽았다. "20대 후반~30대 초반에는 의도치 않은 신비주의가 있었어요. 요즘은 나와서 활기차게 보여주고 예능으로 소통하는 걸로 바뀌었죠. 또 작품 선택도 잘해야 하고 잘 돼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고 털어놓았다.

시청률에도 연연하지 않아 슬럼프 없이 이 자리까지 왔다. "시청률이 낮다고 슬럼프가 오는 건 별로 예요"라고 콧소리를 냈다. "한국에서 활동이 별로 없어 공백처럼 보였지만 쉬지 않고 일했어요. 일본과 중국에서 드라마 촬영을 했고요. 물론 부담은 있죠. 하지만 슬럼프와 다르지 않나요?"

최지우는 '수상한 가정부'로 "변신에 성공했다" "배우가 보였다"며 호평받았다. 다음 작품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질세라 "이젠 사극을 해보고 싶어요"라고 선수를 쳤다. "강한 캐릭터 악역도 상관없어요"라는 자세에서 신인의 작품욕심이 드러날 정도다.

결혼은? "왜 안 물어보나 했어요"라며 코끝을 찡긋했다. "독신주의도 아니고 아이를 안 낳을 생각도 아니에요. 하다 보니 늦어진 거죠. 하지만 지금 조바심 내고 안달복달하는 건 아니에요. 한 번 젊음이 지나가면 오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게 돼요. 하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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