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장자연(1980~2009)의 전 소속사인 더컨텐츠엔터테인먼트 전 대표 김모(44)씨가 '장자연 문건'으로 모욕과 명예훼손 등을 당했다며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민사1심 판결에 불복, 항소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전 대표 측은 "피고 유모씨에게 책임을 불과 700만원에 한정하고 나머지 피고들의 가담사실을 전부 부정한 원심 판결은 심각한 사실 오인 및 법리 오해"라며 "항소심에서 원심판결의 심각한 잘못이 반드시 시정돼야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는 지난달 20일 김씨가 장자연의 전 매니저 유모(33)씨와 탤런트 이미숙(54)·송선미(38)씨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장자연 문건'이 장자연의 필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등을 종합하면 유씨가 문건을 위조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유씨가 '장자연의 죽음에 책임을 져야 할 '공공의 적'이라고 김씨를 공개적으로 표현한 행위는 불법행위가 분명하다"며 유씨에 대해 700만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유씨에 대한 나머지 청구 및 이미숙씨와 송선미씨에 대한 청구는 기각됐다.

그러자 김씨 측 변호인들은 최근 대법원이 확정한 수원지방법원 판결문을 근거로 "민사1심 판결은 모순"이라고 반발했다. 이 확정 판결은 피고 유씨의 범죄사실을 인정하면서 ▲유씨와 장자연이 사건 문건을 작성하기 전까지 특별한 친분이 없었던 점 ▲문건에 장자연에 관한 내용 외에도 송선미씨나 이미숙씨가 김씨로부터 받은 부당한 대우에 관해 기재돼 있기도 한 점 ▲유씨는 장자연으로부터 이 사건 문건을 받은 다음날인 2009년 3월1일 이미숙씨에게 내용을 전했고, 이미숙씨는 연예계에 영향력이 있는 정모 PD에게 김씨를 혼내 달라고 부탁한 점 ▲송선미씨와 김씨, 이미숙씨와 더컨텐츠 간에 소속 중이었거나 상호간 분쟁이 예상됐던 점 등을 명시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김씨 측은 재판과정에서 밝혀낸 새로운 쟁점이라며 '이미숙씨 측이 조양은을 거론하며 살해협박을 했다', '이미숙씨가 장자연 문건 작성 전후로 유씨에게 1억여원을 입금했다', '장자연 문건, 최소 4개 버전이 따로 있었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유씨의 피의자 신문조서 등을 바탕으로 "이미숙씨 친언니의 아들 오모씨가 유씨에게 '힘내세요. 엄마가 열 받으셔서 조양은 쪽 시켜서 쥐도 새도 모르게 김 대표를 죽여버린다고 했다'는 문자를 보냈다"고 밝혔다. 또 "정 PD도 경찰과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이미숙씨로부터 김 대표의 손목과 발목을 잘라서 연예계에서 일을 못 하게 해야 된다는 전화를 받았다', '이미숙씨로부터 김 대표를 혼내달라, 소송을 못 하도록 막아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이미숙씨는 유씨가 호야엔터테인먼트를 설립(2008년 7월)할 당시 2000여만원을 유씨에게 입금했다. 이는 더컨텐츠엔터테인먼트와 계약 기간이 남아있던 이미숙씨가 자신의 자금으로 유씨를 대표로 내세운 뒤 실질적인 오너 지위를 확보했음을 짐작케하는 대목"이라고 강변하기도 했다.

이어 "'장자연 문건 작성 하루 전인 2009년 2월27일과 장자연 자살 전날인 3월6일, 자살 이후인 3월16일 각각 2800만원씩을 유씨에게 입금했다"며 "무단으로 전속 계약을 위반한 이미숙씨는 전 소속사 대표와 법률적 분쟁이 발생할 것을 예상하고 유씨와 공모해 손해배상 및 정산 의무를 회피하기 위한 카드로 장자연 문건을 작성한 것이 아니냐는 추론이 가능한 정황"이라고 주장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9개월째 공갈 미수 혐의로 이 쟁점을 조사 중이다.

김씨 측은 "'저는 힘없는 신인 배우입니다'로 시작되는 '장자연 문건'에도 여러 버전이 있다"고 폭로했다. "장자연 문건은 애초 불에 탄 A4 용지 4장짜리로 알려졌지만, 재판 과정에서 3장, 4장, 6장 분량으로 된 것 등 최소 4가지 버전이 추가로 등장했다. 생전 장자연은 단 한 가지 문건을 작성했지만 이를 토대로 누군가가 가필해 다른 버전을 만들었을 것으로 추측되는 정황"이라는 것이다.

한편, 유씨는 2009년 3월 장자연이 사망하자 장자연이 유력 인사들에게 성상납을 했고 이를 주도한 인물이 김씨라는 내용의 '장자연 문건'을 언론에 공개했다. 그러자 김씨는 "유씨가 문건을 위조해 명예를 훼손했고, 이미숙씨와 송선미씨도 전속계약과 관련한 갈등을 이유로 이 문건 위조에 개입했다"며 지난해 10월 소를 제기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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