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세 모자 연탄가스 피워 위기의 가정돕는 지원 절실

생활고와 신변 등을 비관해 자살을 기도하는 사건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달 생활고에 시달리던 세 모녀가 서울의 반 지하 방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후, 어려운 생활 환경에 처한 이웃들의 신변비관 자살이 잇따르고 있는 것.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유명인의 극단적인 선택을 따라 하는 ‘베르테르 효과’와 비슷하지만, “저들도 힘들어 못 버티는데 난들 어쩌겠어.” 라는 심리에서 비롯된 ‘공감 자살’이라고 말한다.

5일 익산경찰서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20분께 익산의 한 아파트에서 A(35·여)씨와 그의 아들(7), 딸(2)이 연탄가스에 질식해 쓰러진 채 발견됐다.

A씨를 처음 발견한 남편은 “아내가 연락이 안 돼 119구조대와 집에 갔는데 가족들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집 안에는 타다 남은 번개탄과 A씨가 쓴 메모지가 발견됐다.

메모지에는 “못 살겠다. 화장해 달라”고 적혀 있었다. 이들은 모두 병원으로 옮겼지만 아들은 끝내 숨졌고, A씨도 중태에 빠졌다. 어린 딸의 상태는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자살을 시도하기 전 남긴 메모에서 남편에 대한 원망과 함께 투자 실패로 인한 답답한 심경을 내비쳤다. 남편과도 이러한 문제로 자주 다툼을 벌였고, 최근 이혼 절차를 밟으며 별거에 들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주변 사람들에게 투자자금을 빌렸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남편과 가족 등을 상대로 정확한 동기를 밝히기 위해 조사 중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웃의 비극적 결말이 잇따르자 위기 가정을 돕는 현실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약자를 보듬는 ‘복지’의 울타리 안에 들어가지 못한 좌절감이 삶의 의욕을 잃게 만들고, 결국 이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이라는 의견이다.

실제 재정적·정신건강적으로 위기에 처한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이혼과 함께 양육을 책임져야 하는 여성이나 한부모 가정 등 ‘임시적 빈곤층’에 대한 지원은 미비한 실정이다.

이혼 뒤 자립 지원 여건이 아쉬운 데다 정신건강을 돌볼 수 있는 서비스 역시 기능이 부실해 비극적인 결과를 반복적으로 부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윤명숙 전북대 사회복지과 교수는 “광역정신건강센터와 생명의 전화, 여성의 전화 등 기본적인 틀은 갖춰져 있으나 내실 있는 운영이 부족하다”며 “사회안전망의 재구축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전주시 관계자도 “이 같은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복지 사각지대의 이웃들이 위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리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황성은기자 eun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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