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만난 고등학교 동창녀석이 직장동료와의 일화를 들먹이며, “그 사람은 아무리 생각해도 말을 안예쁘게 하는 학원에라도 다녀온 사람 같다니까, 내뱉는 말마다 어찌나 사람 기분을 잡치게 하는지 원...” 하며 한참 동안이나 얘기를 늘어놓는다.

이처럼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대화법은 간혹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 있는 다분한 소지를 내포하고 있다. 대화할 때의 표정이나 태도, 목소리의 높낮이에 따라 동일한 어휘의 의미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상담학에서는 자신의 의사를 상대방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으로 ‘나 전달법(I-message)’을 추천한다.

나 전달법(I-message)의 핵심은 사실-감정-바람의 순서로 이야기하는 구조에 있다. 1단계는 사실을 전달하고, 2단계는 느낌을 묘사하는 표현 찾기, 3단계는 ~하는 게 어떨까?, ~ 하는 게 좋겠어 등의 감정을 표현한다.

반면, ‘너 전달법(you-message)’은“너”를 주어로 하여 직접적으로 상대방의 행동에 대한 비난, 지시, 위협을 하는 대화형식이다.

이를 테면 “김00씨, 무슨 일을 그렇게 처리해요? 도대체가 이해가 안되네”는 ‘너 전달법’식 화법이고, “나름대로 정성을 기울였는데 실수가 있었다니(사실) 죄송합니다. (감정), 잘못된 부분을 말씀해 주시면 바로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바람)는 ‘나 전달법’ 식 답변이다.

이 처럼 험악한 상황에서 ‘나 전달법’식 화법을 잘만 사용한다면 얼마든지 한층 부드러운 대화로 분위기를 바꿔갈 수 있다.

전에 이러한 ‘나 전달법식 상사’와 근무한 경험이 있는데,그 상사는 “〇〇씨, 아주 수고했어. 정말 잘했네. 그런데 ~게 바꾸어 보면 어떨까?” “〇〇씨, 그렇게 해주면 상사인 내가 정말 고맙지.” 라는 말로 직원들을 독려했었다.

당시 업무가 많아 짜증이 났지만, 배려가 담긴 그의 말에 불쾌한 감정이 한순간에 누그러진 경험이 있다.

흔히들 같은 말이라도 ‘아’ 다르고 ‘어’다르며, ‘직장생활은 업무가 힘들어서가 아니라, 사람 때문에 힘들다고 하지 않던가?’이 같은 ‘나 전달법’식 대화를 가정내에서 뿐 아니라, 직장생활에서도 활용하여 직원간에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한다면 건전한 직장문화, 배려하는 직장분위기 조성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설영미 남원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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