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풀리면서 '활보' 악취-기물파손 등 잦고

주택가를 활보하는 일명 ‘길양이(야생 고양이)’들이 주민들의 골칫거리를 넘어 이웃 갈등까지 부추기고 있다. 왕성한 번식력으로 집 앞 쓰레기를 헤집어 놓거나 갑자기 차도로 뛰어드는가 하면, 야심한 시간 울어대며, 이를 둘러싼 주민간 다툼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27일 저녁 퇴근 후 집에 들어온 직장인 안연희(32·여)씨는 누군가 자신의 집안에 들어온 흔적을 발견했다.

부엌의 빵과 음식물이 어질러져 있는가 하면 침실 창가에 올려놓은 화분이 떨어져 깨져 있었던 것. 하지만 창문에 설치된 방범창이 뜯겨지거나 출입문이 열려있지 않아 의아해 하던 안씨는 침대 위에서 동물의 발자국을 발견했다.

원룸 가를 배회하던 길 고양이가 안씨의 집에 들어와 배를 채우고 간 것이다. 안씨는 “강도가 들어온 줄 알고 소름이 돋았다”며 “환기를 위해 창문을 살짝 열어두고 출근했는데 그 틈으로 고양이가 들어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근 날씨가 풀리면서 고양이들의 활동은 더욱 왕성해져 울음소리부터 악취, 기물파손, 병원균 걱정 등 주민들의 불편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이에 전북지역 수의사 및 동물보호 단체 등은 길 고양이의 번식을 막기 위해 중성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왕성한 번식력과 천적이 없는 탓에 고양이의 개체수가 쉽게 줄어들 지 않는데다, 뚜렷한 대책도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와 관련 국회 박민수(새정치민주연합 진안무주장수임실) 의원도 최근 증가세에 있는 유기동물의 문제를 지적했다.

박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버려지는 유기동물은 2008년 7만7천877마리, 2009년 8만2천658마리, 2010년 10만889마리, 2011년 9만6천268마리, 2012년 9만9천254마리로 나타났다.

2012년 유기동물 처리비용은 2008년 81억원에서 약 20% 증가한 98억원으로 확인됐다.

수의사 이모(49)씨는 “길 고양이의 경우 생존율은 극히 적고 수명자체도 집에서 키운 고양이보다 짧지만, 바깥에서 생활하는 고양이들이 도로로 갑자기 뛰어들면서 교통사고의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물론, 각종 병원균·전염 우려를 낳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캣맘(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들도 적극적인 신고를 통해 중성화 수술을 하도록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황성은기자 eun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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