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처럼 청렴한 공직생활 마무리

“행정의 최말단에서 대부분을 주민들과 호흡하며 지방행정 선진화를 위해 온몸을 불살랐고 아무런 미련없이 일했습니다”

27일 정년퇴임식을 끝으로 40년 가까운 공직생활을 마감하는 이정수 전주시 한지산업지원센터 기획행정실장(60·행정6급)은 지방정부에 몸담았던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부족하지만 ‘지방행정 발전을 위해 아낌없이 헌신할 수 있었던 행운아’였다고 스스로를 표현했다.

전북 김제 출신인 이 실장은 지난 1975년 7월 1일자로 완주군에서 공직에 첫발을 내디딘 뒤 삼례읍·봉동읍사무소를 거쳐 전주시 기획조정국 주민자치과, 도시관리국 재난안전관리과, 교통국 도로과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이 실장은 일하면서 기억에 남는 업적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손사래를 치면서 겸손해 한 뒤 ‘한지의 우수성’을 대중에게 알리는 과정에 참여, 조금이나마 물꼬를 튼 일을 꼽았다.

그는 실제 2009년 전주시 한스타일과 한지담당부서에서 근무당시 촬영된 영화 ‘달빛 길어올리기’의 주인공(박중훈역)과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영화는 임진왜란 때 불타 버린 조선왕조실록 중 유일하게 남은 ‘전주사고 보관본’을 전통 한지로 복원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만년 7급 시청 공무원인 주인공 ‘필용’이 조선왕조실록 복원사업을 위해 서울 기획재정부와 문화관광부, 지역 한지장인들과 고군분투하며 사업을 추진하는 모습 등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 실장은 “극중 공무원으로 나오는 필용 뒤에는 그보다 더 비중 있는 주인공인 ‘한지’가 있다”며 “1000년을 가는 전통 종이인 한지가 서구화 등으로 저렴한 수입지에 밀려 사라지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에서 한지의 우수성을 자세히 설명해준 고마운 작품”이라고 말했다.

‘달빛 길어올리기’는 송하진 전북도지사 당선자가 전주시장으로 재직당시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을 겸직하면서 한국 영화계의 살아있는 거장인 임권택 감독에게 101번째 영화 소재로 제안해 2011년 개봉했다.

이 실장은 자신의 뒤를 이을 후배들에게 무엇보다도 ‘청렴한 공무원’이 돼 달라고 당부했다.

일거수일투족이 공정하면 세월이 흘러도 시민들과 동료들에게서 반드시 존경을 받는다는 것이다.

만 39년이라는 오랜 공직생활 동안 근면하고 성실한 태도를 인정받아 국무총리 모범공무원 표창을 비롯해 행정자치부 장관 표창, 전주시장 표창, 완주군수 표창, 35사단장 표창 등 많은 표창을 수상한 이 실장은 오는 30일 퇴임과 함께 공무원 최고 영예인 ‘옥조근정훈장’을 받는다.

그는 ‘인생의 2막’을 어떻게 시작할 것이냐는 질문에 최근 읽은 책 서문에 있는 문구로 답변을 대신하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하나의 끝은 또 다른 시작이다. 늙어서도 갈 수 있는 길이 세상에는 많다”

/이승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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