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적십자사의 느슨한 혈액관리로 B형 혈액이 A형으로 둔갑했다가 또다시 AB형 라벨을 붙이고 유통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했다.

다행히 병원 출고 직전 오류를 발견하고 회수했지만 헌혈 직후부터 병원 출고 전까지 혈액관리 부실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새누리당 김현숙 의원이 적십자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보면, 혈액관리 본부 산하 경기혈액원은 지난 6월2일 헌혈의 집에서 혈액형이 적혀있지 않은 혈액백 2개를 받고는 모두 A형이라고 적었다.

하지만 실제 두 혈액백은 각각 AB형과 B형이었다.

혈액원은 보통 한국인 중 A형이 가장 많아 업무 편의상 A형은 적어보내지 않는다.

그런데 혈액형이 적혀있지 않은 혈액백 2개에 A형으로 기재했으나 이후 혈액무게측정 등 검사과정에서 착오를 발견했다.

이후 혈액전산시스템에서 혈액번호로 혈액형을 조회해, AB형과 B형 라벨을 새로 만들었지만 담당 직원이 이를 뒤바꿔 붙여버린 것으로 드러났다.

혈액백은 통상 앞면에 혈액형과 혈액번호 라벨을, 뒷면에 다시 혈액번호만 있는 라벨을 붙이는데 앞뒤 라벨의 혈액번호가 달랐지만 보관할 때에도 확인은 없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않는다.

업무 태만으로 직원들은 병원 출고 직전에도 혈액번호가 다른 점을 확인하지 않다가 출고 당일, 병원에 도착해서야 앞뒤 라벨의 혈액번호가 다른 것을 발견하고 회수 조치했다.

결과적으로 실수와 태만이 겹치면서 B형 혈액이 A형으로 둔갑했다가 다시 AB형 라벨을 붙이고 유통되는 일이 발생한 셈이다.

그러나 적십자사는 사건 관련 담당자에서 뚜렷한 징계 조치 없이 '혈액 제제 제조 후 표기사항 및 표기 등 확인, 불일치 발생 시 출고보류 및 부서장 보고, 두 명 이상의 직원이 이중 확인, 제조관리자의 판단에 따라 출고' 등을 포함한 재발 방지 대책만 마련했다.

대한적십자사는 2012년에도 두 차례나 혈액 표기가 바뀐 혈액을 출고, 수혈까지 한 사고 이력이 있다.

김 의원은 "적십자사의 실수로 잘못 출고된 혈액 수혈은 국민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는데 담당자에 대한 징계 조치도 없었다"며 "문제 발생 시 부서장 보고, 두 명 이상의 직원이 이중 확인 등 당연한 절차를 이제야 새롭게 시행하는 것은 대한적십자사의 혈액관리 시스템에 큰 문제가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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