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과 결혼 베트남 20대 남편의 계부 시아버지에 지속적 성폭력 피해입어 남편, 혼인무효소송 승소 여성단체 판결취소 요구

▲ 17일 성폭력 피해 이주여성에 대한 혼인취소 판결의 부당함을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가진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회원들이 전주지방법원 앞에서 탄원서 서명용지를 들고 '1심 판결 취소'를 촉구하고 있다./김현표기자

2012년 7월 김모(39)씨와의 결혼을 위해 고국 베트남을 떠나 한국으로 입국한 A(24·여)씨. 걱정 반 설렘 반으로 시작한 한국 생활은 A씨에게 고난의 연속이었다.

결혼한 뒤 남편의 계부인 시아버지 최모(58)씨는 지속적으로 A씨를 추행하기 시작했다.

최씨의 만행은 멈추지 않았고, 지난해 1월 A씨는 최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해 성폭력 피해자로 이주여성쉼터에 입소하기에 이르렀다.

가해자인 최씨는 강간죄로 지난해 11월 징역 7년 형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그러던 중 남편 측은 시아버지의 성폭력 사건에 대한 소송이 진행 중이던 지난해 8월, 과거 출산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A씨와의 혼인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결혼 당시 중개업자에게 사실을 말했지만 남편에게 전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법원은 지난 6월 1심 판결에서 남편의 손을 들어줬고, A씨가 항소해 17일까지 3차 변론이 이뤄졌다.

결국 전주지법 가사단독1부(재판장 이유진 판사)는 지난 6월 24일 김씨가 A씨를 상대로 낸 혼인무효 소송에서 남편의 손을 들어줘 혼인을 취소하고 A씨가 남편에게 위자료 8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여성단체가 법원 판결에 대해 취소를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와 전북여성단체연합 등 전국 50여개 여성 단체들은 17일 전주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폭력 피해 이주여성에 대한 혼인취소 판결은 부당한 만큼 1심 판결을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단체에 따르면 A씨는 13세이던 지난 2003년 납치·감금·강간 피해로 인해 임신해 어쩔 수 없이 출산한 사실이 있으며, 2012년 4월 결혼중개업체를 통한 김씨와의 결혼 당시 이를 말했지만 통역을 거치며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또 남편이 지적 장애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 역시 A씨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이는 중개업에 의한 국제결혼이 1주일 정도의 짧은 기간에 이뤄져 중요한 정보들이 꼼꼼히 제공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단체는 지적했다.

단체 관계자는 “시아버지에게 성폭력을 당해 결혼관계가 끝난 여성에게 13세 때의 납치와 성폭력, 그로 인한 출산 경험을 따져 물으며 베트남으로 돌려보내자는 것이 1심의 혼인 취소 판결”이라며 “이는 결코 일반적인 사회 통념과 정의로운 법의 정신과도 합치되는 판결이라고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전북이주여성인권센터 관계자는 “2심 재판부가 1심 판결의 취소를 결정해 이 베트남 여성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포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황성은기자 eun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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