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수 경제부장

경기활성화 대책에 목을 매고 있는 정부가 결국 수도권 규제 완화라는 최악의 패를 꺼내들 조짐이다.

지난달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규제 기요틴 민관합동회의’에서 수도권 규제완화와 관련된 사안을 추가 논의하기로 했다고 한다.

추가 논의하는 안건은 △수도권 유턴기업에 대한 재정지원 허용 △자연보전권역 내 공장 신·증설을 위한 입지규제 완화 △경제자유구역 내 국내 기업의 공장총량제 적용 배제 등이다.

세 가지 안건은 그동안 경제단체들이 투자의 발목을 잡는 규제라며 지속적으로 완화를 요구해온 것들이다.

우려되는 것은 박근혜정부의 규제개혁 드라이브와 맞물려 추가 논의과정에서 이들 안건이 어떤 형태로든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정부는 민관합동회의에서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경제활력 조기 회복이 필요하다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수도권 규제 완화는 결국 지역 균형발전에 역행할 뿐 아니라, 지역의 산업 기반 자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더욱이 지금이 과연 수도권 규제를 완화를 논의할 시점인지 의문이다.

지방경제는 갈수록 쪼그라들고 인구는 계속 수도권으로 몰려드는 상황에서 기업마저 수도권으로 유턴시키고 수도권 공장 규모를 늘려주겠다는 게 적절한지 묻고 싶다.

2011년 기준으로 수도권 GRDP(지역내총생산) 비중은 47.19%나 되고, 제조업체 수 50.79%, 은행 예금의 70.09%가 수도권에 집중돼있다.

또 지난해 매출 기준 100대 기업 본사 86곳이 수도권에 몰려 있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수도권 비중은 1960년 20.8%에 그쳤으나, 2000년 46.3%로 높아졌고 현재는 절반을 넘어섰다.

정부도 수도권 집중의 부작용을 인지하고 1983년 여러 가지 수도권 규제를 담은 수도권정비계획법을 제정했다.

하지만 이명박정부 등을 거치면서 수도권 규제가 상당부분 완화됐고 수도권정비계획법은 사실상 무력화됐다.

상수원보호구역 공장입지 조건 완화, 군사보호구역 해제도 기업 투자촉진의 명분을 내세운 수도권 규제완화였다.

더욱이 정부는 ‘수도권 유턴기업에 대한 재정지원 허용’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이미 수도권 기업이 비수도권으로 이전할 경우 입지 매입비 중 일부를 정부가 지원하는 ‘수도권기업 지방이전 입지보조금’을 75%에서 사업 규모에 따라 15~45% 수준으로 축소시켰다.

여기에 수도권으로 다시 돌아가는 기업에 재정 지원까지 해주겠다는 것이다.

이번에 ‘수도권정비계획법 완화’ 및 ‘수도권 유턴기업에 대한 재정지원’을 허용할 경우 수도권에 지을 수 있는 공장의 총량은 늘어나고, 재정적 보조까지 겹쳐 지역에 기반을 둔 대기업들의 수도권 유턴 현상은 걷잡을 수 없을 전망이다.

수도권과 지방의 괴리가 커지고 고착화 되는 데도 지역균형발전 정책이 오히려 역주행하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수도권 기업의 지방이전 입지보조금을 줄인 것도 모자라, 수도권 유턴 기업에 대해 재정지원을 논의하겠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지방 기업까지 수도권으로 불러들이겠다는 발상이 제정신인지 의심스럽다.

정부는 수도권 규제완화를 논의할 게 아니라 수도권 기업을 지방으로 이전시키는 데 진력(盡力)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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