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일 도의회의원. 문화관광건설위원장

문화체육관광국의 2015년 일반회계 세출예산은 총 1,949억 원. 이 중 국비는 913억 원, 도비는 1,036억 원을 차지하고 있다.

얼핏 보면 국비와 도비가 거의 5:5수준으로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국비 913억 원에는 중앙정부가 운용하는 기금과 490억 원에 달하는 지역발전특별회계까지 포함되어 있다.

특히, 지역발전특별회계는 일정한 산식에 의해 시도별로 총액이 정해지고 그 안에서 시도별 자율편성이 가능한, 포괄보조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쉽게 말하면 이미 전라북도 몫으로 정해진 돈 중에서 문화체육관광분야로 일부를 떼어내서 정부에 신청하고 승인을 받아서 쓰는 방식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준(準) 도비의 속성을 띠고 있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문체국 세출예산에서 국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기금을 합쳐도 423억 원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는 순도비와 준(準)도비라고 할 수 있는 지역발전특별회계가 거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문화체육관광 분야 세출 총액에서 도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은 복합적인 이유와 맥락이 있기 때문에 한 마디로 단언할 수 없는 문제다.

그래도 가장 주된 요인을 꼽으라면 국책사업 발굴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지난 해 말 전라북도가 대 언론 브리핑을 통해 밝힌 ‘2015년 전라북도 국가예산 확보상황’만 봐도 문화체육관광 분야 국가예산은 가장 적은 규모인 1,235억 원으로 전체 대비 2.1%를 차지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봤을 때 문화체육관광 분야의 국가예산 확보는 전년 대비 소폭 증가했다는 점 이외에는 딱히 주목할만한 점을 찾아보기 힘들다.

전라북도가 2년 연속 국가예산 6조 원 시대를 이어가게 되었다며 반기는 분위기지만, 유독 문화체육관광 분야만큼은 그런 분위기에 동참하기 힘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대목에서 부러움을 감출 수 없는 사례가 하나 있다.

시쳇말로 ‘부러우면 지는 거’라고 하는데도 별 수 없다.

경상북도 3대 문화권 사업이 그렇다.

3대문화권 사업은 유교, 가야, 신라의 역사문화자원과 낙동강, 백두대간 등 친환경 생태자원을 연계한 관광기반조성사업으로 2010년부터 10년 동안 총 50개 사업에 3조 5,473억원이 투입되는 메가톤급 국책사업이다.

경상북도는 이미 2010년부터 2014년까지 3,667억 원의 국비를 확보해 기반조성 및 건축공사를 마친 상태다.

게다가 올해에는 지난 해 대비 464억 원이 증액된 1,452억 원의 관련 국비를 확보하여 사업추진이 더욱 탄력을 받게 되었다.

3대 문화권 사업 하나에만 전라북도가 확보한 문화체육관광 분야 국가예산 총액 이상의 국가예산이 투입되는 것이다.

혹자는 3대문화권 사업을 경북지역의 정치적 역량이나 위상과 관련지어 말하기도 한다.

힘 있는 동네니까 대규모 국책사업도 가능하다고 단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역의 ‘파워’만 가지고 접근하는 것은 지역발전을 위한 다양한 고민과 대안을 원천봉쇄시키는 결정론적 시각이나 다름없다.

국책사업을 비롯한 지역발전의 제반 추동력의 원천을 지역의 정치적 역량으로만 귀결시켜 버린다면 전라북도가 고군분투하는 과정들은 모두 무의미해진다.

파워게임의 현실적 논리에만 함몰되어 자폐증을 자초할 일이 아니라 지역적 특성에 부합하는 비전을 제시하고 논리적인 추진방안을 제시하려는 노력이 꾸준히 이어져야 하는 이유다.

문화체육관광분야에서 미진한 국책사업 발굴실적과 세출에서의 도비 의존도 심화가 맞물려 있는 구조, 앞으로는 야심차게 출발한 민선 6기 전북도정이 이 악성 구조에 조금이라도 균열을 내는 데 주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문화체육관광분야는 잔가지만 많고 도비 풀어서 선심성·관행적 사업만 늘어놓으면서 실익도 없이 말만 많은 분야라는 그릇된 오명에서 헤어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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