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들이여! 우리는 아무 것도 가진 게 없어도 모든 것을 갖춘 군대만큼 해냈다.

신발도 없이 강을 건넜고, 대포도 없이 전투에서 승리했다.

물 한 모금 없이, 그리고 대개는 빵도 없이 야영을 했다.

'나는 이탈리아를 점령한 부대에서 전투를 치렀다'고 자랑스레 말하기 바란다.

" 나폴레옹은 탁월한 지휘관이었다.

병사들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자긍심을 일깨우는 동시에 자신감을 심어줬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첫 전투에서 승리를 거뒀다.

병사들은 앞으로의 전투에서도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키워갔다.

나폴레옹이 이끄는 '이탈리아 군단'은 불패의 신화를 만들었다.

나폴레옹의 해외 원정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국내에서 자신의 역량을 입증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반란 진압이었을 뿐이다.

그래서 프랑스 정부조차 큰 기대를 걸지는 않았다.

더구나 보급은 엉망이었다.

프랑스 장병에게는 급여도 식량도 없었다.

군화도 군복도 제대로 공급되지 않았다.

야영 장비도 운송 수단도 부족했다.

병사들은 현지에서 식량을 훔치거나 강탈했다.

프랑스군은 자유와 평등 정신을 가르치는 전도사라고 자부했다.

하지만 하는 짓은 '도적 떼'나 마찬가지였다.

어쩔 수 없었다.

프랑스 재정은 오래 전에 바닥을 드러냈다.

프랑스 대혁명 이전부터 나랏살림은 파산 상태였다.

왕실 지출 가운데 절반 이상을 이자를 갚는 데 썼다.

영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의 독립 전쟁을 지원한 결과였다.

프랑스 정부는 나름대로 재정 확충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관료 조직이 정비되지 않아 세수 확보 노력은 한계를 드러냈다.

더욱이 흉년까지 잇달아 너 나 할 것 없이 어려웠다.

나폴레옹은 이처럼 최악의 상황에서 연전 연승했다.

승리하지 않으면 모든 게 끝날 수 밖에 없었다.

보급이 열악한 만큼 장기전은 자살 행위였다.

나폴레옹은 속전속결을 강조했다.

기동성과 신축성을 중시했다.

신속한 기동과 임기응변이 단기전의 승패를 가르기 때문이다.

프랑스 보병들은 육상 선수처럼 내달렸다.

기진맥진하도록 뛰어다니며 전진과 후퇴를 반복했다.

물 한 모금 못 마신 채 전투에 참여했다.

악에 받쳐 싸웠다.

마치 야수 같았다.

프랑스군의 사기는 올라간 반면 적들은 겁을 먹었다.

프랑스 병사들이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통에 적들은 정신을 못 차렸다.

기선을 제압당한 탓에 이내 무너졌다.

기동전의 백미(白眉)는 1805년 아우스터리츠 전투였다.

오스트리아와 러시아 연합군 10만 명은 불과 4시간 만에 궤멸됐다.

프랑스군은 20명의 장군을 포함해 모두 3만 명의 적을 포로로 잡았다.

단기전은 높은 경제성을 약속한다.

반면 장기전은 소모전(消耗戰)이다.

시간을 끌수록 많은 병력과 자원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프랑스로서는 전쟁도 중요한 비즈니스였다.

외국에서 약탈하고, 징발했다.

또 세금까지 거뒀다.

이탈리아는 1805년부터 1812년까지 조세 수입 가운데 절반을 프랑스에 상납했다.

상황이 바뀌면 전략과 전술도 수정해야 한다.

하지만 승리가 나폴레옹의 눈을 멀게 했다.

속전속결 전술은 남유럽이나 중부 유럽에서나 통할 수 있었다.

경제적으로 넉넉하고, 인구밀도도 높았기 때문이다.

폴란드나 러시아에서는 이런 전술이 통하지 않았다.

인구도 많지 않았고, 땅은 넓었다.

프랑스군이 진군하면 적은 사라졌다.

후퇴하면서 주요 거점은 불태웠다.

프랑스군은 추위와 굶주림 속에 스스로 무너져 내렸다.

전쟁은 어렵다.

그러나 개혁만큼 어렵지는 않다.

아군과 적의 장·단점을 파악한 후 기회를 노리면 승리를 거둘 수 있다.

개혁은 다르다.

이해관계자들의 협조가 없으면 성공할 수 없다.

설득을 통한 합의 도출이 필수다.

박근혜 대통령은 새해 경제부처 업무 보고에서 "'쇠뿔을 단김에 빼라'는 말이 있는데 그냥 일시에 '대한민국에 난리 났네'라고 할 정도로 (정책을 추진)해버려야 성장기반이 마련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올해 노동 분야 등에 대한 구조개혁을 중점 과제로 추진한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지만 노동 분야 개혁은 그리 간단치 않다.

근로시간 단축, 정규직 보호 등에 대해 노사가 첨예한 견해차를 보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후 따라오라는 방식은 위험하다.

갈등과 반목을 부추기기 쉽다.

속전속결보다는 차근차근 합의를 도출해 내야 한다.

그래야 구조개혁의 성공을 기대할 수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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