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동 사진관, 한금선 작가의 개인전 ‘고려인’ 서학동 사진관, 한금선 작가의 개인전 ‘고려인’ -사진 있어요   “운단 말이지. 어디로 가겠냐. 어디로 실어 가냐. 어디로 가져가느냐... 모르지요. 세상 모르지요. 열 살이면 무엇을 알겠소. 울었지요. 눈물이 나지요. 어데를 가지. 내게 아무도 모르지요” –우즈베키스탄 고려인 유 따냐 할머니의 독백 中서학동사진관(관장 김지연)은 한금선 사진작가의 개인전 ‘고려인’을 오는 7일부터 29일까지 관람객들에게 선보인다.

1939년 스탈린의 소련공산당은 연해주에 거주하고 있던 고려인들 중 2천500여 명의 지도자 및 지식인들을 숙청하고 18만 여 명의 고려인들을 기차 화물칸에 실어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으로 추방했다.

이동 시간만 4달이 넘게 걸린 이주행렬은 1만 명에 가까운 사망자를 발생시켰고, 수 만명의 고려인들에게 나라 잃은 슬픔을 두 번 안겨줬다.

작가가 보여주는 사진에는 이들의 이야기가 때로는 폭풍처럼 때로는 시처럼 펼쳐진다.

그의 사진엔 묵직한 삶의 아픔이 스쳐간다.

그러한 가운데 땅 속 깊이 울리는 굳건함이 있다.

작가는 “고려인에 대해서라기 보다는 사람과 삶에 관한 이야기를 하나 더 알고 느끼게 됐다”며 사진을 관람하는 사람들에게도 이러한 상황을 이해하고 다가가주길 당부했다.

고려인에 대한 시선은 역설적이게도 이중적인 잣대로 평가되곤 한다.

그런데 작가는 어쩌면 케케묵은 이야기로 치부될 수 있는 우즈벡의 ‘고려인’을 다룬 사진을 그만의 메시지를 담아 들어 나왔다.

많은 사연을 담은 주름진 손과 얼굴, 여름인데도 카펫을 쳐 놓은 이국적인 정서의 방, 쉬폰 원피스자락을 살랑거리며 탱고를 추는 할머니들의 고독하고 아름다운 여가 등은 그의 렌즈 안에 담기며 폭발적인 얘깃거리를 제공한다.

한금선 작가는 파리 이카르 포토에서 사진을 시작해 ‘집시 바람새 바람꽃’, ‘거절된 아이들’, ‘꽃무늬 몸빼’, 등의 사진전시를 이어갔다.

2014년 고려인 관련 전시와 사진집 ‘바람에 눕다.

경계에 서다’를 출판했다.

/홍민희기자 hm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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