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 워싱턴방문 단상 국회의장 워싱턴방문 단상글=문기성 재미 칼럼니스트     미국의 수도 워싱턴을 방문한 대한민국 공식 의전서열 2위인 정의화 국회의장이 지난 4일 연방의사당을 방문하여 존 베이너(John Andrew Boehner) 하원의장과 기념촬영을 하였다.

한국 주요 매체들이 정 의장의 워싱턴 방미를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과 달리 미국의 신문은 어느 한 곳도 보도를 하지 않았다.

이 같은 사실을 구글 검색으로 확인하면서 한·미 동맹의 외교 현실에 대해 착잡함을 느낀다.

오직 하원의장 웹사이트(http://www.speaker.gov)에서만 정 의장과 존 베이너 하원의장과의 악수 장면(https://www.flickr.com/photos/speakerboehner)과 "대한민국 국회의장 정의화 박사의 연방의사당 방문을 환영한다"는 짤막한 사진설명만 있을 뿐이다.

(Speaker John Boehner welcomes Dr. Chung Ui Hwa, Speaker of the National Assembly of the Republic of Korea, to the U.S. Capitol. March 4, 2015.) 어떠한 의제를 갖고 한·미 양국 국회 수장이 환담을 나누었고 합의를 보았는지 일절 알 수가 없다.

철저히 미 주류언론의 외면 속에 이뤄진 정 의장의 방미는 우리가 여전히 우물 안 개구리로 남아 있는 것은 아닌지 성찰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5일 국제전략연구소(CSIS)에서 예정된 연설조차 폭설로 취소되는 바람에 '21세기 동북아의 항구적 평화와 한·미 동맹의 역할'에 관한 연설 원고만 웹사이트에 게재된 상태다.

(http://csis.org/publication/rok-us-alliance-linchpin-lasting-peace-northeast-asia) 물론 이 연설 원고를 인용하여 보도한 미 주류 언론은 한 군데도 없다.

정 의장 일행이 면담이 불발된 조 바이든 미 부통령과 뉴욕행 기차 안에서 우연히 조우했다는 한국 언론의 기사는 코미디를 넘어서 한·미 외교의 실상을 말해주는 듯 했다.

물론 정 의장의 방미는 그 자체만으로도 한·미 동맹의 상징적 의미가 있을 것이다.

미국 언론이 무관심하다 해서 한·미 동맹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미국 언론은 곧 미국 국민들의 정서를 반영한다.

한·미 동맹은 양국 국민(언론)들의 상응하는 관계에서 더욱 굳건하게 유지될 수 있다.

만일 미래의 어느 순간 미국이 한·미 동맹이 중요한지, 미·일 동맹이 중요한지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미 국민과 언론의 관심이 전략적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냉엄한 국제질서 속에서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수도 없다.

1882년 조·미수호통상조약 이후 우리는 미국에게 두 차례(가쓰라태프트 밀약, 남북 분단) 전략적 버림을 받았다.

그나마 1919년 삼일만세운동 이후 잔혹한 일제의 살육과 압정을 목도한 뉴욕 타임스와 같은 영향력 있는 미국 언론이 "우리는 코리아에 빚을 지고 있다"며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였기에 우호적 전략 가치 또한 상승한 것이다.

미국 언론의 눈길을 끄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가령 ▲ 한국전 참전용사비에서 참전용사들을 초청, 야외 콘서트를 연다든가 ▲ 이승만 박사가 제주도 왕벚나무를 심은 아메리칸대학에서 한국 문화행사 및 동북아 평화 학술대회 ▲ 참전용사 후손들로 구성된 참전용사청년봉사단과 만남의 시간 ▲ 100여년 전 한국 관련 희귀 보도물이 있는 의회 도서관 방문 및 의회 직원 격려 행사 등 주류 언론이 주목할만한 색다른 이슈를 갖고 방문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갖는다.

대한민국으로선 미국이 단연코 1위의 맹방이지만 미국의 입장에서 한국은 열 손가락 안에도 들기 힘든 우방일 것이다.

종전 70주년을 맞아 2차대전 승전국가는 축제를 준비하고 전후질서의 공고화에 나서고 있으며, G2로 부상한 중국이 이 체제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독일 여걸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따끔한 충고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반인륜적 만행을 저지른 전범국이 아닌, 원자폭탄으로 피해를 당한 평화 국가로 이미지를 세탁하며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

더하여 일본 총리는 조선이 역사에서 사라진 1910년 도쿄 시장의 선물로 제퍼슨 기념관 조류연못 주위에 식재된 제주도 왕벚나무 꽃이 만발하는 4월 중순에 방문해 '사꾸라'의 미소를 미국 조야에 보낼 것이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DC는 벚꽃놀이와 함께 일본 문화 열풍이 몰아칠 것이다.

역사 앞에 석고대죄는 커녕, 독도마저 영유권을 주장하며 동해와 대마도 반환의 싹을 원천 제거하는 일본의 속셈을 알아야 한다.

오호라,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인가. 올해도 주미 한국대사관과 총영사관 정원에는 무궁화꽃 대신 무심한 호박꽃만 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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