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영화 속 배우와 그 배우의 배역을 혼돈하는 경우를 종종 겪는다.

실체가 없는 이미지인 배역을 배우의 속성에 덧입히며 생기는 착각이 혼돈을 야기하는 것이다.

여기서 비롯된 혼돈을 이미지화 한 전시가 마련됐다.

교동아트미술관(관장 김완순)에서 열리는 정하람 개인전 ‘내게 무엇을 원하는가’展은 우리가 배우의 배역을 통해 느낀 허상성 등 부정적인 속성을 그림으로 담아냈다.

숀 코넬리, 알파치노, 로버트 드니로 등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명배우의 얼굴이 중력을 거스르는 듯 뿌옇게 떠오른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배우의 아우라를 회화로 그려냈다.

그의 작업은 관찰자로 하여금 궁금증을 일으키는 요소를 가지고 있다.

캔버스 위의 작품은 초점이 흐릿한 배우의 인물사진이 조각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물감의 질감을 확인할 수 있다.

현실의 사진을 캔버스에 옮긴 뒤 미세한 붓질을 반복해 번지는 효과를 입혀 이미지의 경계를 없애는 ‘사진 회화’의 형식을 담은 그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그림과 사진의 중간지점을 만나게 된다.

그의 작품에는 중력은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배우의 이미지만 존재할 뿐이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배우의 아우라를 새로운 시각의 회화를 통해 신선한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작가의 작품은 우리에게도 배우의 배역처럼 자신의 진짜를 뒤로하고 살지는 않는지 묻는 듯 하다.

이번 전시는 12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관람문의는 전화(287-1245).

 

/홍민희기자 hm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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