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철학에 담긴 '관계론' 담론 구성 한 시대의 지성의 삶-철학 정리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 마음을 다스리고 ‘강의’에서 동양고전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에 대한 탐색을 거쳐 ‘담론’을 완성한 신영복 성공회대 명예교수가 ‘담론-신영복의 마지막 강의’(돌베게)를 펴냈다.

‘우리시대의 대표 진보 지식인’으로 불리며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신영복 교수가 2005년출간된 ‘강의’ 이후 10년 만에 펴낸 강의론이다.

엘리트로서 탄탄대로를 걸어오던 저자는 1968년 통일혁명당(이하 통혁당)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대전과 전주교도소에서 20여년 간 복역하고 1988년 8.15 특별사면으로 다시 세상에 나오게 됐다.

출소 후 그가 만난 세상은 바로 지성의 광장이라 불리는 대학교였다.

25년이 넘는 동안 저자는 세상을 꿰뚫는 통찰력과 ‘관계’에 대한 탈근대적 인식을 교육하며 많은 사람들과 교류했다.

이 책은 근대와 자본주의가 만들어 놓은 ‘존재론’에 대해 질문을 던지게 하고, 스스로 발 딛고 설 수 있도록 손 내밀어 주는 가르침으로 가득하다.

동양 고전의 풍부한 사상과 더불어 자신의 기나긴 감옥생활을 통해 얻은 다양한 이야기들을 울림 있게 전한다.

인간 그 존재 자체에 대한 성찰,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에 대한 성찰 뿐 아니라 사회와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에 이르기까지 폭넓고도 묵직하게 전하는 가르침은 자본주의 사회에 매몰되어 역사적 관점을 읽은 우리에게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총 25장으로 구성된 책은 동양 철학이 담겨 있는 관계론에 대한 깊이 있는 담론으로 이뤄져 있다.

저자는 사회문제를 뛰어넘는 새로운 대안담론의 핵심을 ‘관계론’에서 찾았다.

관계라는 것은 단순히 일반적인 관계가 아닌 우리가 맺고 있는 여러 형태의 사회적, 인간적인 관계가 그 사람의 정체성을 만들어낸다는 논리에서 자라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가 주체성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런 주장을 할 수 있게 된 배경엔 그의 오랜 옥살이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

대표적인 ‘닫힌 공간’의 교도소에서 ‘열린 사고’를 통해 바깥 세상과 주고 받은 편지를 엮은 책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정신철학을 대변한다.

제한된 공간과 인간관계 속에서 오히려 인간관계의 본질을 꿰뚫는 그의 혜안은 이번 책에도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동양고전 독법과 인간 군상의 다양한 일화를 통해 사실과 진실, 이상과 현실이라는 다양한 관점을 가져야 함을 얘기한다.

즉 추상력과 상상력을 조화롭게 키워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공부하는 이유는 문사철의 추상력과 시서화의 상상력을 유연하게 구사하고 적절히 조화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데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그에게 공부란 ‘머리에서 가슴으로, 다시 가슴에서 발로 가는 가장 먼 여행’이다.

유홍준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는 서평을 통해 “한 시대의 한 지성의 삶과 철학이 어떻게 정리됐는지 알 수 있는 책이다”며 “이 책을 통해 이 시대 사람 혹은 후대 사람들이 지금 이 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무엇을 지향했는가를 명확히 알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저자는 1941년 경남 밀양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및 동 대학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돼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복역한 지 20년 20일 만에 특별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저서로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나무야 나무야’, ‘더불어 숲’, ‘사람아 아! 사람아’, ‘담론’ 등이 있다.

/홍민희기자 hm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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