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문체-편집-디자인 변화 참여 이념-세대 뛰어넘는 '희망 안내서'

‘사람만이 희망이다’.

단 한 문장으로 시대의 화두로 우뚝 서 젊은이들의 영혼을 뒤흔든 박노해의 옥중사색 ‘사람만이 희망이다’(느린걸음)가 18년 만에 새로운 얼굴로 독자들 앞에 섰다.

1997년 출간 당시 푸른 수의를 입은 ‘777번 무기수’로 수감 중이던 서른네 살의 젊은 혁명가 박노해 시인이 세상에 던진 ‘사람만이 희망이다’는 전국 서점을 강타하며 베스트셀러를 기록, 30만 부 가까이 읽혔다.

이번 개정판은 저자가 직접 문체를 다듬고 편집과 디자인을 변화했다.

‘90년대 최고의 정신적 각성의 기록’, ‘고민 속에 흔들리는 많은 사람에게 용기를 준 책’ 등의 평가를 받으며 긴 시간 동안 사람들의 말과 손으로 전해지던 이 책은 새로운 감동을 품고 21세기에 다시 태어났다.

1997년 당시 경주교도소 독방에 무기수로 수감 중이던 박노해 시인은 아내 김진주와 형 박기호 신부 등이 면회 때 받아 적은 옥중 구술과 메모를 토대로 출간됐다.

이 책은 출간 다음날 곧바로 전국 서점의 베스트셀러를 기록하는 등 30만 부 가까이 읽히면서, 그의 몸은 가둘 수 있지만 사상과 시는 가둘 수 없음을 통렬하게 보여줬다.

1990년대, 사회주의는 무너졌지만 낡은 이념은 여전히 지배적이고, 민주화는 이뤘지만 새로운 삶의 가치를 찾지 못해 급속한 세계화, 정보화, 개인화의 물결 속에서 길을 잃은 이들에게 한 권의 책을 넘어 삶의 등불이 됐고 젊은이들은 그의 철학에 전율했다.

나아가 ‘삶의 일치’라는 새로운 진리의 거울을 제시함으로써 ‘불편한 진실’의 책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이는 많은 젊은이들이 ‘내 삶을 바꾼 책’이라고 고백하는 지점이 됐다.

책은 총 7장으로 아직과 이미 사이, 길 잃은 날의 지혜, 세 발 까마귀, 겨울 사내, 셋 나눔의 희망, 첫 마음, 희망의 뿌리 여섯 등으로 구성됐으며 122편의 에세이가 실려있다.

또한 초판 발행 당시 함께 실린 故 김수환 추기경의 추천사와 도정일 경희대 교수의 발문은 여전히 큰 울림으로 전해진다.

이번 개정판의 정체성을 확연히 볼 수 있는 표지는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을 본떠 만들었다.

표지에 그려진 사진 속 주인공은 2013년 분쟁이 끊이지 않는 땅 카슈미르 평화활동 중에 만난 한 노인이다.

그는 30년 동안 만년설산 아래 빈 황무지에 나무를 심어왔는데, 그 중 절반은 싹도 트지 않고 또 절반은 말라 죽어 천 그루의 나무가 살아남았다고 한다.

저자는 그의 삶을 마주하면서 이렇게 써 내려갔다.

‘우리는 위대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 위대한 사랑으로 작은 일을 하는 것 / 작지만 끝까지 꾸준히 밀어가는 것 / 그것이야말로 내가 아는 가장 위대한 삶의 길이다.’

지난 18년간 수 많은 독자들과 진보인사들은 물론 주요 보수 인사들과 대선주자까지 암송한 ‘사람만이 희망이다’라는 한 문장은 이념과 세대를 넘어 시대의 화두가 됐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수록된 시들은 여전히 사랑 받고 변주되며 생생하게 되살아나고 있다.

군사정권 아래 7년여의 수배생활, 체포 후 참혹한 고문과 사형 구형, 그리고 무기수로 1평 감독 독방 속에서 보낸 7년. 절망의 한 가운데서도 끝내 포기할 수 없는 꿈을 담은 이 책은 길을 잃고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희망의 안내서’이자 사람에게 상처받고 세상에 절망하는 젊은 청춘들에게 깊은 위로와 용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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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 시인은 1957년 전라남도 함평에서 태어나 고흥, 벌교에서 자랐다.

1984년 첫 시집 ‘노동의 새벽’을 출간했다.

27살 현장 노동자로 일하던 중에 펴낸 이 시집은 금서 조치에도 100만 부 가까이 발간돼 한국 사회와 문단을 충격적 감동으로 뒤흔들게 된다.

이때부터 박노해는 '얼굴 없는 시인'으로 불리며 시대의 상징적 인물이 되었다.

1989년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을 결성했다.

1991년, 7년 여의 수배생활 끝에 체포되어 사형이 구형되고 무기징역형에 처해졌다.

1993년 두 번째 시집 ‘참된 시작’을, 1997년 옥중에세이 ‘사람만이 희망이다’를 출간했다.

이후 2010년 12년 만의 신작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2014년 사진에세이 ‘다른 길’을 출간했다.

 



/홍민희기자 hm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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