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의 위기' 빌어 교육현실 꼬집어 이념적 고민 통한 반성-성찰 촉구

우리 교육의 생태계는 건강한가? 교사 이혁규씨가 ‘한국의 교육 생태계’(교육공동체벗)를 통해 우리에게 던진 질문이다.

짧은 기간 동안 경제적 성장과 정치적 민주화를 이루어 낸 한국의 사례는 분명 예외적이고 세계사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들은 이런 성취에 전혀 자부심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노력할수록 점점 더 삶은 팍팍해져 가고, 전망은 희미해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 분야 역시 현실과 다를 바 없다.

과도한 교육열과 입시 경쟁은 세계 최고의 청소년 자살률이라는 끔찍한 결과를 몰고 왔다.

저자는 이런 현상을 ‘성공의 위기’라는 개념을 빌어 설명한다.

우리가 과거에 이룩한 눈부신 성취가 오늘날 우리의 발목을 잡는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의 몇몇 명문 대학에 들어가는 것으로 성공이 보장되던 낡은 신화의 미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있는 현실을 비판하며 저자는 우리 교육에 대한 총체적 반성과 성찰을 촉구한다.

이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돼 있다.

1부는 ‘우리의 교육 이념과 철학’이라는 제목하에 교육이념과 사회현실, 공부 방식, 교육열, 부모 역할 등을 다뤘다.

2부 ‘교실수업, 공교육의 최전선’에서는 교사와 학생, 수업 등의 문제를 다뤘다.

특히 ‘거꾸로 교실’과 같은 미래형 교실 개혁을 위한 시도에 대해 심도 있게 다뤘다.

3부 ‘한국의 교원과 교원양성기관’에서는 우리 교육을 책임 지고 있는 교원과 그 양성에 관련되는 교원양성기관의 문제를 살펴봤다.

4부 ‘교육운동과 교원단체’에서는 최근 한국의 교육 개혁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혁신학교운동과 배움의 공동체 운동을 살펴봤다.

거기에 한국의 교원단체의 양대 산맥인 한국교총과 전교조에 대해서도 논의하면서 보수와 진보를 넘어서는 협력과 타협의 문화로 어떻게 나아갈 수 있는지에 대해 제언한다.

저자가 교직에 몸담고 있으면서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는 바로 우리 사회의 아픔인 세월호 사태 때문이었다.

우리 교육의 민낯을 드러낸 사건을 통해 우리 교육은 어디로 가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했다.

저자는 우리 교육이나 우리 사회가 위기를 맞이할 때 그 깃발 아래 함께 모일 수 있는 교육 이념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이념적인 고민이 없는 교육이 지속된다면 아이들은 물론이고 사회적으로도 혼란이 초래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습관 없이 사는 습관을 익히는 새로운 학습법으로 창의적인 공부모델을 만들어가는 한편 교사들에 대한 존경의 풍토가 회복될 때 건강한 교육 생태계가 구성될 수 있다는 믿음이 책 한 권에 담겨있다.

교육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많은 사람들을 불행으로 내모는 지금, 저자는 다시 교육에 주목한다.

교육은 경험의 끊임없는 성장과 재구성을 가능하게 만드는 근본 동력이기 때문이다.

좋은 교육은 낡은 습속을 낯선 눈으로 바라보게 만들며 미래를 진취적으로 재구축할 수 있는 추진력을 제공해 준다며 교육이 가지고 있는 힘을 강조한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교육의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사회 구조의 개혁 없이는 교육의 변화도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교육은 스스로 사회를 개혁하고 혁신할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는 게 주장의 골자다.

일제 강점기 시대 선각자들이 교육을 통해서 미래의 여명을 기약한 것은 교육이 지닌 이런 힘을 인지하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교육을 통해 우리 사회를 바꿀 수 있을까? 저자가 던진 질문은 교육 불가능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교육의 역할을 묻고 있다.

저자 이혁규 교사는 1987년 교단에 선 후 사회과 교육, 다문화교육, 현장연구방법론 등을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는 ‘수업, 비평의 눈으로 읽다’, ‘상상하라 다른 교육’, ‘한국의 교육 생태계’ 등이 있다.

/홍민희기자 hm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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