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주 국회의원

정부가 국민연금기금운용체계 개편을 강하게 시도하고 있다.

500조원에 이르는 연기금을 운용하는 기금운용본부를 국민연금공단에서 분리시켜 별도의 기금운용공사를 설립하고,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을 금융투자 전문가로 채우겠다는 것이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의원들이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발의한 데 이어, 지난 27일 새누리당 기재위원장인 정희수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안’과 ‘국민연금법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에 접수되면서 우려가 증폭됐다.

특히 정희수의원안은 기금공사의 소재지를 서울로 못 박고 토론회를 잇달아 개최하면서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연기금 운용체계를 개편하는 문제가 그 불똥이 엉뚱하게 전북이전 문제로 튀고 있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기금공사 추진과 소재지 변경은 별개 문제다.

분명한 사실은 공사 분리든 소재지 변경이든 야당의 동의가 없이는 안 된다는 것이다.

첫째, 공사화 등 체계 개편 논의는 국민연금기금을 누가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운용할 것인지에 대한 자체적인 구조개편이지, 전북 이전과는 무관하기 때문이다.

전북 이전은 이미 법으로 보장된 것이고 다른 곳으로 변경하려면 법을 또 바꿔야 하는데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절대 응할 수 없다.

지난 2013년 6월 국회를 통과한 국민연금법 제27조에는 ‘공단의 주된 사무소 및 제31조에 따라 기금이사가 관장하는 부서의 소재지는 전라북도로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저는 이 법안을 다루는 보건복지위원회 간사다.

복지위는 여야 간사 합의로 법안을 상정하고 심의 의결하고 있다.

야당 간사가 동의하지 않는 법은 상정조차 할 수 없다.

실제로 기금운용본부 공사화 법안은 지난 2012년에 발의됐지만, 3년이 지나도록 단 한 번도 심사되지 않았다.

정부여당도 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장외에서 논란을 만드는 전략을 펴고 있다.

둘째, 기금운용본부의 전북 이전은 이미 시작됐다.

국민연금공단은 이미 지난 22일 전주혁신도시에서 이전 개청식을 성대하게 열었다.

기금운용본부 사옥은 연금공단 바로 옆에 지난 4월 착공해 터파기 공사를 마치고 현재 30% 공정률을 보이고 있고 내년 9월이면 완공된다.

기금본부 이전 사옥 신축을 위해 부지매입비 69억원을 포함해 모두 441억의 국비가 투자됐다.

관련 금융기관 이전도 시작됐다.

현대증권의 경우 충청‧호남본부를 전주에 설치했고, JB금융지주는 자회사인 JB자산운용의 본사 소재지를 서울에서 전주로 옮기기로 했다.

셋째, 기금운용본부 공사화 문제만 놓고 보더라도 사실상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다.

공사화를 주장하는 측이 내세우는 이유는 ‘수익률 극대화’지만, 수익률을 올리려면 그만큼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연기금의 안정성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 많은 나라 연기금이 손실을 봤지만, 국민연금은 채권위주의 안전 투자로 큰 손실을 피해갔다.

기금공사모델로 삼고 있는 한국은행에서 독립한 한국투자공사(KIC)가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것도 좋은 사례다.

KIC는 국민연금보다 수익률이 낮고, 주요 7개국 국부펀드 가운데 6위에 그치는 등 저조한 실적을 내고 있다.

작년에는 고유자산까지 호텔 부동산에 투자해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이런 부작용 때문에 현재 국회에는 새정치연합이 KIC폐지법안을 제출한 상태다.

지난 2013년 6월,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연금공단과 기금운용본부의 전북 이전을 명시한 국민연금법이 각고의 노력 끝에 국회의원 209인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정부여당이 국회를 통과한 법안을 불과 2년 만에 뒤집으려는 시도를 벌이는 것은 전북도민을 또 다시 우롱하는 것이다.

국민연금기금은 민간펀드와 달리 국민들의 노후를 책임져야 하는 공적기금이다.

국민들이 낸 보험료를 가져다 자기들 맘대로 운용하겠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미 기금운용본부의 공사화에 반대하기로 뜻을 모았고, LH강탈의 상처를 딛고 국민연금공단과 기금운용본부 전북이전의 성과를 지켜내고 전주를 국제적인 연기금 금융허브도시로 발전시켜 서울과 부산, 전주를 잇는 금융트라이앵글을 구축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할 것을 약속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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