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완수 경제부장

비수도권 자치단체들의 수도권 규제완화반대 1천만명서명운동을 비웃기라도 하듯 정부가 마침내 수도권 규제의 빗장을 풀었다.

정부는 최근 열린 규제개혁점검회의에서 ‘공장 신·증설 및 산업단지 활성화를 위한 개선대책’을 내놓으며, 기업들의 투자를 막아온 불합리한 규제를 풀어 경제를 살리겠다고 밝혔다.

개선대책은 공업지역 외의 지역도 산업·유통형 개발진흥지구로 지정해 건폐율과 허용업종을 확대하고, 저수지 상류와 환경오염 수준이 낮거나 관리가 가능한 계획관리지역에도 공장을 설립하도록 거리 및 업종제한을 완화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수도권 규제개혁’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수도권 규제완화의 예비단계라는 측면에서 파장을 부르고 있다.

수도권 규제의 핵심인 수도권정비계획법을 뜯어고치지 않으면서 실질적으로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는 우회적인 방법이란 지적이다.

정치적 부담이 크지 않은 분야부터 단계적으로 수도권 규제를 풀어나가겠다는 정부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결국 수도권 규제개혁은 시간문제라는 평가다.

정부의 이런 대책이 나오자 수도권론자는 쌍수를 들고 환영하고 있다.

나아가 수도권 공장총량제 폐지 등 핵심규제의 철폐까지 요구한다.

물론 제도가 시행되면 공장을 신증설하려는 기업들이 직접 혜택을 누리고, 기업의 투자심리를 일정 부분 끌어올리는 순기능이 기대되기는 한다.

하지만 수도권집중현상은 도를 넘게된다.

한국이 ‘수도권 공화국’이 된지 오래다.

전체 인구의50%, 1000대 기업의 70%, 상장사 자본 총액의 82%가 몰려 있다.

수도권정비계획법 등 수도권 규제 법률을 제정한 이유는 심각한 수도권 집중 현상을 완화하고, 비수도권 경제를 살려 국토의 균형발전을 꾀하자는 취지다.

그럼에도 정부는 거꾸로 가고 있다, 장기적인 국토 균형발전 측면에서 본다면 수도권이 아니라 비수도권에 투자가 유도되도록 해야 한다는 간단한 사실조차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침체된 경제를 활성화하고 갖가지 규제를 풀어 투자를 촉진할 필요성은 말할 나위도 없다.

하지만 정작 필요한 규제 완화는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풀지 말아야 할 수도권 규제를 풀겠다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

수도권 규제는 개혁대상이 결코 아니다.

수도권 규제가 풀리면 가뜩이나 입주기업이 없어 허덕이는 도내 산업단지들의 피폐화가 우려된다.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유턴하는 기업도 생겨날 게 뻔하다.

정부의 이번 조치 이후 지방 투자를 계획했던 상당수 기업들이 계획을 유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앞으로 더 강력한 수도권 규제완화 조치를 기대하는 것이다.

정부 정책이 일관성을 잃으면서 나타나는 흐름이다.

지방 옥죄기는 연초 박근혜 대통령이 수도권 규제를 덩어리 규제로 못 박으면서 더 심화되고 있다.

수도권론자들은 벌써 대학의 수도권 증설 허용 등 전면적인 수도권 규제완화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이번 수도권 규제완화의 바탕에는 기업의 수도권 투자를 통해 지방을 살린다는 낙수효과 이론이 깔려 있다.

하지만 이는 아직 싹도 트지 않은 지방의 경쟁력을 말살하자는 것에 다름 아니다.

더디긴 하지만 지금은 어느 때보다 일관성 있는 수도권 규제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의 메시지가 오락가락하면 투자자들은 더 혼란스러워 한다.

단기 실적에 매달려 헌법적 가치를 허물어뜨리는 위험은 피해야 한다.

대한민국이 수도권만 있는것은 아니지 않잖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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