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일현 정치부장

국회의원 총선 시즌이다.

내년 20대 총선거까지는 아직 8개월여 남았다.

30도를 훌쩍 넘어선 한 여름의 폭염을 이겨내고, 낙엽 떨어지는 가을 그리고 혹한의 겨울을 넘어선 뒤에야 총선 공천 경쟁이 펼쳐진다.

날짜로 보면 내년 국회의원 총선은 아직 한참 남았다.

그런데도 총선 분위기가 이미 형성돼 있다.

국회는 벌써부터 선거제도 개편, 선거구 획정을 놓고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선거제도가 완전히 바뀔 것인지 아니면 지지부진한 공방을 계속하다 기존 선거판과 비슷하게 마무리할 지 알 수 없다.

‘요행’이 일어나 현재의 선거제도로 다시 20대 총선거를 치른다면 전북은 11개 국회 의석을 지켜낼 수 있겠지만 그 가능성은 희박하다.

국회의원 임기는 4년이다.

국회의원은 권력과 명예를 얻는다.

가문의 영광이다.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면 일가친척들이 모두 쌍수를 들어 환영한다.

졸업한 학교의 동문회 동창회에선 ‘갑자기’ 중심 인물이 되고 어느 순간 대다수 동기들이 머리를 조아리거나 눈치를 보는 장면이 연출된다.

의원과 명함을 교환하기 위해 눈도장을 찍는 이들도 허다하다.

국회의원 입장에선 “선후배님, 친구들끼리 왜 이러시냐”며 편하게 대하라고 말하지만, 친한 친구들도 마냥 편하게 대하기는 불편하다.

술 기운이라도 빌어 “우리나라 정치, 이래서 되겠냐. 똑바로 좀 해라”고 ‘호기있게’ 말하는 이들은 드물다.

의원은, 의외의 장소에서 의외의 경험을 통해 권력의 힘과 맛을 느끼기도 한다.

그래서 정치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인물의 부지기수는 국회의원 선거판을 기웃거리게 된다.

경제적 여유가 충분하거나, 자신의 삶의 분야에서 나름대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이들은 지역구가 어려우면 ‘비례대표’로라도 국회에 들어가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다.

여의도 입지자들이 선거를 준비하는 기간은 짧게는 1년, 길면 10여 년이다.

수십 년을 정치권 언저리에 있어도 여의도 입성에 실패한 이가 다수다.

그 정도로 국회 입성은 만만한 일, 노력하면 반드시 성취할 수 있는 목표가 아니다.

그래서 국회의원으로 선출된 이들의 ‘4년’은 매우 중요하고, 귀한 시간이다.

20여 년 전 처음 국회를 출입했을 때는 국회의원의 파워가 ‘엄청’ 났다.

케이블 TV나 인터넷이 거의 활성화되지 않았던 시절인데,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말 한 마리로 지역 예산이 배정되는 그런 시기였다.

지금은 작고한 한 국회의원. 그는 새만금 신항 관련 예산을 거의 ‘어거지’로 만들어냈던 일화를 얘기했었다.

새만금이 그냥 바다였을 때, 새만금이 청사진도 제대로 그리지 못했을 때, 그는 하얀 백지 위에 항만 예산을 배정시켰다.

당시에 확보된 예산이 쓰여지질 않았으니 그 성과를 잘 했다, 못 했다로 평하기는 어렵다.

중요한 건 과거에는 그 정도로 의원에게 파워가 있었다는 점이다.

지금도 국회의원이 ‘올바른’ 일, 가치 있는 과제를 추진할 때는 행정부를 견제하는 실질적인 파워를 갖게 되고 지역구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반대로 공천장에만 목을 매는 의원은 의원으로서의 파워를 가지기 어렵다.

국회의원 임기 4년. 15대 국회부터 지금까지 전북 정치를 돌아보면, 의원 임기 4년은 그리 긴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여의도에 술자리에선 임기 4년이 지나 다음 총선거에서 떨어지면 “원숭이는 나무에서 떨어져도 원숭이 그대로지만, 의원은 떨어지면 00도 아니다”는 말이 있다.

19대 국회 임기 4년 동안 전북 위상을 위해 목소리를 높인 의원은 내년에도 살아나겠지만, 그렇지 못한 의원은 도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그렇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의원이라면, 지금부터라도 전북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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