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감정적-습관적 판단 취약점 정치 폐단 '독선'에 대한 제언

우리시대의 지성,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사회를 향해 또 다시 촌철살인을 날렸다.

신간 ‘독선사회’(인물과사상사)은 세상을 꿰뚫는 50가지 이론 시리즈 중 네 번째 책이다.

강 교수의 메시지는 한결같다.

‘자신의 확신을 의심하라!’는 것이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대부분 우리 인간이 똑똑함과는 거리가 먼 감정적, 습관적 판단에 얼마나 취약하고 허약한가 하는 걸 잘 말해준다.

즉, 우리가 독선을 범해선 안 될 충분한 이유가 있다는 걸 깨닫자는 것이다.

정치 이야기만 나오면 이성이 마비되니 정치 아닌 다른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한계와 모자람을 인정하자고 꼬드기는 것이다.

저자가 다룬 50가지 소주제는 ‘왜냐하면 효과’, ‘메라비언의 법칙’, ‘아도니스 콤플렉스’, ‘가면 증후군’, ‘지위 불안’ 등이 있다.

특히 주제로 내세운 ‘독선’에 대해선 ‘다름’을 인정하지 않았던 한국 특유의 사회문화적 동질성이 만든 악습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그게 나쁘기만 했던 건 아니라는 데에 우리의 고민이 시작된다.

한국 사회는 다양성을 박해하면서 획일성을 예찬해왔기 때문에 전 국민이 ‘전쟁 같은 삶’을 살면서 ‘잘 살아보세’라는 한 가지 목표에 집중하게 만들 수 있었다.

그래서 ‘한강의 기적’이라는 말로 대변되는 압축성장이 가능했던 이유다.

성공과 행복의 기준이 다양했다면, 과연 한국인들은 그렇게 미친 듯이 일하고 공부할 수 있었을까? 그러나 ‘다름’의 불인정은 물질이 아닌 정신 영역에서는 재앙을 몰고 왔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이 싫어하는 정치 세력을 쓰레기로 매도하면서 면책 심리를 키우고 반대 세력을 악마화하는 ‘증오 마케팅’으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버릇을 버리는 게 왜 필요한지 생각해보자고 말한다.

또 정치적 판단을 할 때 인간의 뇌는 이성이 아니라 감정 영역이 작동한다는 걸 인정하고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소통과 타협과 화합의 길로 갈 수 있게끔 노력해보자고 제언한다.

독선이 가장 문제가 되는 영역은 특히 정치다.

정치는 소수의 강경파에 의해 좌우되는 영역이다.

이런 강경파는 소수이지만 지배력을 행사한다는데 큰 특징이 있다.

여야 싸움에서건 같은 당내 싸움에서건, 정치인들은 자신의 정당성을 10, 상대편의 정당성을 0이라고 주장하는 고질병을 앓고 있다.

진실은 7대 3이거나 6대 4이거나 5대 5일 텐데도 언행은 ‘10대 0’에 근거한 과장과 과격과 극단을 치닫는다.

그래야 열성 지지자들의 피를 끓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나중엔 부메랑이 되어 타협의 발목을 잡히기도 한다.

한국 정치의 폐단이 바로 여기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양쪽 진영 모두에서 타협을 야합이라고 욕해대니 죽으나 사나 출구가 없는 격돌의 길로 나아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국민의 외면으로 상황은 악화되어 온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날이 갈수록 분열로 온 사회가 찢어지는 ‘사이버발칸화(cyber-balkanization)’는 극단을 치닫고 있다.

상대편을 향해 서로 독선적이라고 손가락질을 해대지만, 피차 역지사지를 하지 않는 독선 공방 속에서 모든 건 권력 쟁탈의 의지로 환원되고 있을 뿐이다.

저자는 말한다.

한국 정치의 개혁과 사회적 진보를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건 똑똑해지는 게 아니라 자신의 똑똑함과 확신의 한계를 깨닫는 일이라고. 강준만 교수는 우리 사회에 의미 있는 반향을 일으켜 온 대표 지식인으로서 숱한 의제를 공론화해왔다.

저서로는 ‘독선사회’, 개천에서 용 나면 안 된다’, ‘싸가지 없는 진보’, ‘우리는 왜 이렇게 사는 걸까’ 등이 있다.

/홍민희기자 hm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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